시행 법령에 기본권 침해 위헌 조항 많다

시행 법령에 기본권 침해 위헌 조항 많다

김경운 기자
입력 2015-02-17 00:12
업데이트 2015-02-17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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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개 법령 중 200여 법령서 447건

현재 시행 중인 각종 법령 가운데에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의 법 조항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들이 만드는 의원입법이 급증하면서 과잉·부실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16일 한국법제연구원의 헌법 합치성에 관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자원, 보건복지·가족, 세제·공정거래, 안전, 노동·환경 등 12개 분야의 814개 법령 가운데 위헌적 법 조항이 200여개 법령에서 447건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제활동이나 세금, 복지, 교육 등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법령에서 발견된 문제점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었다.

보고서는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합헌성 판단의 원칙’ 10개항을 법령심사의 기준으로 삼았다. 원칙별로 ▲법률유보 138건 ▲포괄위임금지 88건 ▲명확성 73건 ▲과잉입법금지 33건 ▲평등 11건 ▲기타 104건 등이다.

이 보고서는 예를 들어 민법에서 ‘3년 이상 혼인한 부부만 친양자를 입양할 수 있다’는 조항이 독신자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학교보건법은 ‘학교장이 학부모 동의 없이 학생의 정신건강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했으나, 이는 미성년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상습강도 등을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형법과 똑같은 구성요건을 갖췄는데 검사의 재량에 따라 각자 다른 형량이 적용됨으로써 평등권을 침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화재보호법은 ‘기능이나 예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전수교육 이수증을 발급할 수 있다’고 규정했으나 ‘상당한 수준’의 기준이 모호해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위헌적 법령이 양산되는 가장 큰 원인에 대해 의원입법 급증에 따라 국회의 심사 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원입법은 정부입법과 달리 규제심사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이른바 ‘청부입법’ 등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의원입법은 16대 국회 1912건, 17대 6387건, 18대 1만 2220건으로 급증하더니 현 19대에서는 2년 8개월 만에 1만 2394건이나 발의됐다. 전체 입법안의 93.5%에 이른다. 반면 정부입법은 16대 595건, 17대 1102건, 18대 1693건, 19대 862건에 그쳤다.

최환용 행정법제연구실장은 “법률과 명령을 만들 때 헌법적 가치규범을 정확히 인식함으로써 결국 헌재가 개입할 정도로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불충분한 입법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2015-02-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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