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압박 거듭…”역사를 직시하고 미래향해 나가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에서 역사 문제를 계속 강조하면서 일본의 과거사 관련 태도 변화를 강하게 압박했다.왕 부장은 이날 회의 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최근 몇 년간 3국간 양자 관계가, 특히 중일관계, 한일관계가 역사인식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3국 협력도 이로 인해 큰 지장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국면은 3국의 공동이익에 맞지 않고 국제 사회의 기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이 되는 해로 70년이나 됐는데 중·한·일 3국에 있어 역사 문제는 여전히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이라면서 “이 문제를 미래형으로 만들면 안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생각에는 ‘정시역사 개벽미래’라는 8개 한자로 정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이 제시한 8개 한자는 당초 한국어 동시통역으로 ‘역사직시 미래개척’으로 통역이 이뤄졌으나 실제 중국어로는 ‘정시역사 개벽미래’(正視歷史 開闢未來)로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말은 ‘역사를 바로 보고 미래를 연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이는 역사와 관련된 문제에 대응하고 처리하는 올바른 태도로 양자 관계를 추진하고 3국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길이다.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향해 나간다는 건 이미 3국의 공동인식이 됐다”면서 “이 8개 한자를 우리 공동노력을 통해 실천으로 옮기고 양자관계의 발전 과정, 그리고 3자 협력의 발전 프로세스에서 이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3국 외교장관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어렵게 재개된 회의인 만큼 소중히 아껴야 한다. 동시에 지난 경험과 교훈을 반성하고 정리해야 한다”면서 “역사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고 3국 협력이 정확한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함께 추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의 중일회담 뒤 기자들의 ‘아베 담화나 역사 문제를 얘기했느냐’는 질문에도 “역사 문제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양쪽이 모두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문제”라고 답했다.
또 조기 정상회의를 일본이 희망하고 있다는 질문에는 “일본이 정상회담을 바란다는 것은 우리도 안다”면서 “그러나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다. 필요한 조건을 창조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왕 부장이 역사 문제를 계속 강조한 것은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적 태도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중일 정상회담은 물론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이유로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 문제에도 여전히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왕 부장은 이날 일본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일본 방면이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고 이미 얘기하지 않았나”라며 “일본도 아시아의 중요한 성원으로 우리는 함께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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