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리콴유, 세계사에 각인”…아베와 사전환담 없어

朴대통령 “리콴유, 세계사에 각인”…아베와 사전환담 없어

입력 2015-03-29 16:01
수정 2015-03-2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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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인도네시아 등 참석 정상과 인사하며 조문외교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오후 싱가포르 국립대학 문화센터에서 거행된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 국장(國葬)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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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의 박 대통령
장례식장의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싱가포 국립대학 문화센터에서 열린 리콴유 전 총리의 국가 장례식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과 나란히 앉아 있다.
싱가포르 현지 생방송 화면 캡처
박 대통령이 국외 정상급 지도자의 장례식에 직접 참석한 것은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현직 대통령의 해외 조문은 지난 2000년 6월8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일본 총리 장례행사에 참석한 이래 15년 만이다.

이날 새벽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내린 박 대통령은 오전 싱가포르 현지 숙소에서 짧은 휴식을 취한 뒤 오후 12시50분께 장례식장에 도착, 본행사와 리셉션을 포함해 4시간15분 동안 행사장을 지켰다.

검정 바지 정장 차림의 박 대통령은 행사에 초청된 각국 대표들과 함께 행사장에 입장했다.

박 대통령은 조문록에 “리콴유 전 총리는 우리 시대의 기념비적인 지도자(a monumental leader of our time)였다”며 “그의 이름은 세계사 페이지에 영원히 각인될 것(His name will remain forever engraved in the pages of world history)이고, 한국민은 리 전 총리를 잃은 슬픔을 싱가포르의 모든 국민과 함께할 것”이라고 영문으로 서명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리 전 총리와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맺어온 인연 등을 두루 고려해 이번 장례식에 참석했다.

리 전 총리는 1979년 10월 박정희 전 대통령 초청으로 처음 방한한 이래 6차례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79년 양국 정상 만찬 당시 영애 자격으로 통역을 맡아 리 전 총리와 인연을 맺었고, 2006년 5월과 2008년 7월 리 전 총리를 면담했다.

박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리 전 총리 내외에 대해 “부모님과 같은 정을 주는 분들”이라며 “2006년 회동시 그 분의 눈빛은 여전히 강력했고, 아버지가 살아계신다면 저런 모습일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울컥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번 국장에 동아시아정상회의(EAS) 회원국 등 18개국을 초청했으며, 박 대통령을 비롯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리위안차오(李源潮) 중국 국가부주석,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토니 애벗 호주 총리, 러시아의 이고리 슈발로프 제1부총리, 영국 윌리엄 헤이그 보수당 하원대표 등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장례식 시작에 앞서 각국 정상들과 1시간여 동안 인사를 나눴지만, 아베 총리와는 별도로 만날 기회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캄보디아 훈 센 총리, 인도네시아 조코위도도 대통령, 미얀마 테인 세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눴다.

또 박 대통령은 장례식장 좌우 옆자리에 착석한 미얀마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 같은 줄의 메이트파레 뉴질랜드 총독, 존스턴 캐나다 총독과 인사했다.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이 착석한 자리의 하단 줄에 다른 정상급 인사들과 앉아 장례식을 지켜봤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27일자로 발매된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의 희생자”라고 언급해 논란을 불러 일으킨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리 외교당국은 “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민간업자들에게 돌리고 일본 정부의 관여와 책임을 부인하려는 의도에서였다면, 이는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것”이라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책임을 일본 정부가 분명히 인정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장례식은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됐다.

싱가포르 국회의사당에 안치됐던 리 전 총리 운구는 시청, 파당광장, 싱가포르 콘퍼런스 홀 등 시내 중심가를 돌아 장례식장까지 15.4㎞를 이동하며 싱가포르 국민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눴다. 연도에 늘어선 시민들은 비를 맞으며 ‘리콴유’를 외쳤고, 일부 시민들은 꽃을 던지며 리 전 총리의 마지막길을 배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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