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군 끼리 문화 등 청산없이 방사청 대책만으로 역부족”
방위사업청이 전·현직 직원들이 연루된 방위사업 비리가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자기반성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방사청은 5월 중 의견수렴을 거쳐 6월까지 방위사업비리 근절을 위한 최종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일각에서는 육·해·공군사관학교 출신 선후배 관계와 지역 출신 등의 인연으로 맺어진 ‘끼리끼리 문화’가 깊숙이 뿌리내린 환경에서 방사청만의 대책으로는 방위사업 비리를 근절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방사청은 ‘군피아’들이 방위사업에 개입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인적 쇄신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최근 직원 1천600명 가운데 절반 수준인 현역 군인을 300명 줄이고 그 자리를 같은 수의 민간인 공무원으로 채우는 직제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도 이 런 원칙에 따른 것이다.
2017년까지 해마다 현역 군인을 100명씩 줄여 민간인 대 군인의 비율을 현재 5 대 5에서 7 대 3으로 바꾸는 문민화계획도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방사청의 문민화 노력이 방위사업 비리를 근절하는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된다. 국내 민간 영역에서 무기 획득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충분히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04개 과·팀장급 직위의 54%를 교체한 데 이어 방사청내 각 군 고유사업팀의 자군 비율을 50% 이하로 유지하기로 했다.
육군과 해군, 공군사업팀에 해당 군 구성원 비율을 절반 이하로 낮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통영함 납품 비리가 발생한 함정사업부의 경우 해군 직원의 비율을 50% 미만으로 줄여 군피아가 활개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끼리끼리 문화를 근절하겠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되지만, 시행 초기 일부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일례로 해군 사업과 관련한 부서장에 육군이나 공군, 민간인을 앉히게 되면 관련 전문지식 부족으로 사업을 통제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 비리의혹 사업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진행과정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기 위한 ‘비리의혹사업 일시중단 제도’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방사청의 한 관계자는 “비리의혹이 제기되면 해당 사업절차를 일시 중단한 후에 집중 점검 과정을 거쳐 의혹을 없애거나 필요시 정식 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사청이 비리의혹 사업을 사전에 걸러내려면 그만한 감시시스템 작동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사업과정을 감시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실명제와 같이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리행위 처벌 강화 대책 중 하나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에 근무하는 직원이 뇌물을 받으면 금품 액수와 상관없이 바로 퇴출하도록 방사청 공무원 인사운영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다.
군피아로 인한 방위사업 의사결정의 왜곡을 막도록 방사청 직원의 방산업체 취업 제한도 강화한다고 한다.
최근 구속 기소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의 납품 사기 사건과 관련된 방사청 간부가 전역한지 불과 이틀 만에 관련 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드러나 허술한 관리 시스템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방사청은 직원이 퇴직한 이후 취업 제한 업체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 원가 계산 업무의 외주 용역도 작년대비 올해 2배가량(120개 사업) 확대할 계획이다. 원가 계산을 제3의 기관에 맡김으로써 방산업체와 유착한 방사청 직원의 원가 조작을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방사청 관계자는 “부실 무기체계 개발 방지를 위해 기술이 우수한 업체가 선정되도록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기술능력 평가 방법을 구체화하고 방산업체의 기술능력 인프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방사청은 사업감사 1개 과를 2개 과로 늘리고 내부 고발을 위한 ‘익명신고시스템’ 도입, 600여 개에 달하는 무역대리점(무기중개상)의 등록 및 수수료 신고 의무화를 위한 관련법 개정 추진 등의 대책을 검토 중이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