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다수결 훼손 입법부 기능 상실”…내년 총선 전 개정 추진野 “합의정신 존중이 먼저…엉뚱하게 선진화법에 책임 전가”선진화법 개정 하려면 선진화법 절차 따라야…180명 이상 찬성해야 개정 가능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야당과의 협상 난항으로 좌초 위기에 처하자 새누리당이 직권상정을 제한하는 현행 국회법(일명 국회 선진화법) 개정을 주장하면서 여야간 공방이 재연되고 있다.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3일 자신이 주도하는 ‘퓨처라이프 포럼’ 토론회에서 “국회 선진화법이 어떤 법인가 하는 게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협상 과정에서 여실히 증명됐다”면서 “야당의 합의 없이는 단 한 발자국도 갈 수 없게 돼 있다”고 말했다.
법 개정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앞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전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현행 국회법에) 독소조항이 있다”며 당 차원의 개정 추진 의사를 공식화했다. 내년 4월 총선 전에 개정해 20대 국회부터 적용하자는 게 유 원내대표의 생각이다.
이미 새누리당은 지난 1월 선진화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국회법 조항이 표결 및 심의권이 보장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개개인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것으로서 다수결 원칙이 훼손돼 국회가 입법부로서 기능을 잃어버렸다는 게 새누리당 주장의 요지다.
앞서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가 야당의 반대로 지연되자 새누리당은 선진화법을 문제의 근원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여당이 공무원 연금개혁 합의를 깨놓고 엉뚱하게 선진화법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선진화법 개정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걸핏하면 선진화법 운운하는데 선진화법이 동네북도 아니고, 여야 합의 정신을 존중해서 약속을 지키는 게 먼저”라면서 “애꿎은 선진화법을 탓하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합의를 청와대의 가이드라인 한마디에 깬 것이 문제”라면서 “새누리당이 궁지에 몰리자 선진화법을 탓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8대 국회 종료를 한달 앞두고 통과된 선진화법은 ‘몸싸움 국회’를 유발했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쟁점법안은 상임위 단계부터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해 통과시킬 수 있도록 했다.
요컨대 예전에는 일반 법률안은 과반의 찬성만 있으면 통과시킬 수 있었지만 제19대 국회부터는 첫 관문인 상임위부터 야당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어떤 안건도 처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선진화법 때문에 여당이 추진하려던 법안이 번번이 가로막히기도 했지만, 선진화법에 포함된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 덕분에 지난 연말 예산안 통과는 12년 만에 법정 시한 내에 처리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야당의 반대 뿐만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법 개정에 앞서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은 “야당이 억지와 고집으로 국민을 힘들게 하고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킨 점은 반성해야 한다”면서도 “동시에 선진화법에 대해 마녀사냥 하듯 몰아세워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의 뜻대로 내년 총선 전 선진화법 개정이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이러니한 대목이지만 선진화법을 개정하려면 선진화법에 따른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여야의 의석수 격차가 크지 않은 현 구도에서는 야당이 동의하지 않는 한 개정이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국회 선진화법 개정은 다음 총선에서 여야 어느 한 정당이 재적의원 300석을 기준으로 5분의 3인 180석 이상을 차지해야 개정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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