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순안국제공항 신청사에도 김일성 초상화 자취 감춰전문가들 “젊은 김정은·김여정 우상화 방식에 변화 시도”
북한이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 개막을 강조하려는 듯 김일성·김정일 부자 우상화를 소홀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인기 걸그룹 ‘모란봉악단’ 공연장 무대배경으로 늘 등장했던 김일성 부자 영상이 사라지고, 새로 단장한 평양 순안국제공항에도 김일성 초상화가 자취를 감췄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아예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뗀 채 공개석상에 등장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13일 연합뉴스가 모란봉악단의 최근 공연인 지난 4월 ‘제5차 훈련일꾼대회 참가자들을 위한 공연’ 영상을 분석한 결과, 김일성 부자의 모습이 자취를 감췄다.
모란봉악단 공연장 배경 영상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전 모습은 전혀 등장하지 않았으며 김정은 제1위원장의 현지지도 모습만 보였다.
과거 공연에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영상과 함께 김일성 부자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빠짐없이 등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모란봉악단의 이전 공연인 지난해 9월 신작음악회 당시에는 ‘만경대혁명학원 교가’, ‘철령 아래 사과바다’ 등의 노래 배경으로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전 활동 영상이 깔리면서 관람객이 일제히 박수를 치는 장면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지난해 5월 ‘제9차 전국예술인대회 참가자들을 위한 축하공연’에서도 ‘사랑에 대한 생각’, ‘나는 영원히 그대의 아들’, ‘인민은 일편단심’ 등의 노래와 함께 김일성 부자의 영상이 배경으로 나왔다.
그러나 올해 공연에서는 김일성 동상만이 한 차례 화면에 등장했을 뿐 김일성 부자의 생전 모습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가리라 백두산으로’, ‘죽어도 혁명신념 버리지 말자’, ‘조선노동당 만세’ 등의 배경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영상과 사진만 등장할 뿐이다.
모란봉악단의 이번 공연에서는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찬양하는 노래가 없어졌다는 점도 과거 공연과는 다른 점이다.
올해 공연을 분석해 ‘모란봉악단을 통해서 본 김정은 시대’ 제목의 논문을 쓴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모란봉악단의 첫 공연부터 지금까지의 공연을 보면 점차 ‘김일성·김정일 찬양’이라는 주제는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모란봉악단 공연의 이런 변화는 김정은의 가슴에서 김일성·김정일 배지가 사라진 것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흔적에 기대기보단 자신의 권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달부터 현지 시찰과 기념사진 촬영 등 행사에서 배지(초상휘장)를 달지 않고 등장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신청사 문을 연 평양 순안국제공항에도 과거 구청사에 상징물처럼 걸려 있던 김일성 주석의 대형 초상화가 사라지기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언급이 줄고, 초상화를 내리고, 배지도 잘 안 달고 다니는 것 등은 전반적으로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기 위한 일종의 분위기 조성이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또 유학파 출신인 김정은 제1위원장과 노동당 선전선동부를 장악한 그의 여동생 김여정이 구태의연한 김일성 부자 우상화 방식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 교수는 “유학 생활을 한 김정은이 그동안 김일성·김정일 우상화의 방식이 ‘과거 스타일’이라고 생각해 변화를 꾀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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