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개혁 ‘우여곡절’…하반기 국회 계속 시험대원칙속 유연함도 발휘…문재인 대표와 ‘엇박자’ 잦아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14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4·29 재보선 참패로 지도부가 흔들리던 때 비주류 진영의 지지로 출범한 ‘이종걸호’의 지난 100일은 당내 계파 갈등과 여야 합의 무산 등 내우외환의 연속이었다.
전날 박기춘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큰 고비는 넘겼지만 그 과정에서는 위태로운 순간도 있었다.
이 같은 우여곡절은 ‘이종걸호’ 출범 순간부터 끊이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의 취임 전날에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합의가 여당에 의해 무산됐고 공식 업무 첫날에는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막말’이 터져나왔다.
이처럼 난제가 겹친 상황에서 전열을 가다듬을 틈도 없이 대여전선에 투입됐지만, 이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함께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하며 첫 협상을 성공리에 매듭지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 안팎에서는 이 원내대표 특유의 지연전술 또는 버티기 전략이 빛을 발했다고 평가하기도 했지만, 어렵게 얻어낸 국회법 개정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사망선고’를 받았다.
이 원내대표는 자신과 함께 협상을 이끌었던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구명을 위해 애썼지만 결국 그의 낙마도 막지 못했다. 당시 이 원내대표는 “나무가 태풍에 부러질 수 있지만 좋은 나무는 재목으로 남는다”며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충격에서 채 헤어나오기도 전에 이 원내대표는 메르스·가뭄 추경심의에다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이라는 난제에 다시 한 번 맞닥뜨렸다.
이 원내대표는 민생 위기 속에서 시간이 갈수록 여론이 불리해질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정부의 추경안 원안을 대폭 수용했으나, 법인세 인상이나 국정원 의혹 청문회 등을 약속받지 못해 ‘빈손협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여기에 박기춘 의원 체포동의안의 표결을 미적거리는 듯한 모습에 ‘방탄국회’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곱지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결국 표결을 통해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지만, 이 원내대표는 부결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해 실제 부결됐을 경우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을 뻔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여권이 하반기 최대 과제로 내세운 노동개혁, 내년 총선을 앞둔 선거제도 협상, 국정감사와 예산국회 등 여야의 입장차가 극명한 과제들은 이 원내대표에게 진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 원내대표는 향후 정기국회 등에서 ‘경제민주화 시즌2’를 정책적 브랜드로 내세워 재벌개혁 이슈를 중점적으로 파헤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신당·탈당론 등 원심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천정배 의원과 막역한 사이로서 천 의원의 독자세력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비주류 원내대표로서 당내 탈당론을 어떻게 수습할지 등은 최대 난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 원내대표는 문 대표의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에 반발해 한동안 당무를 거부하는 등 원내대표로서의 역할보다는 비주류의 수장격으로 활동하는 모습으로 문 대표와 ‘엇박자’가 계속됐다.
최근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및 문 대표의 ‘빅딜’ 제안과 관련해서도 문 대표와 갈등을 빚었다.
이 원내대표는 각종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느라 매일같이 새벽까지 강행군을 이어가는 등 특유의 친화력이나 원만한 대인관계는 후한 평가를 받았다.
’지각종걸’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업무 스타일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취임 후 이 같은 지적은 거의 사라졌다.
다만 국회법 개정안 정국에서 “대통령이 너무 호들갑 떨지 않아도 된다”, “대통령이 헌법 공부를 하셔야겠다”고 말하는 등 거친 언사는 여전히 우려를 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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