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비박 공천 갈등 봉합 국면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과 박종준 경호실 차장이 5일 사실상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여권의 공천 지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朴대통령·金대표 안심번호 파동 후 첫 대면… 목례만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세계 한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연단을 향하고 있다. 박 대통령 오른쪽으로는 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이날 행사장에서 박 대통령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놓고 청와대와 김 대표 간 갈등이 빚어진 이후 처음으로 대면했지만 악수 대신 가벼운 목례만 나눴다.
청와대에서 총선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한 참모진은 지난달 22일 물러난 전광삼 전 춘추관장을 포함해 3명뿐이다. 이는 곧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여당의 ‘텃밭’으로 인식되는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청와대 참모진 차출론’이 한풀 꺾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비박계 수장 격인 김무성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주장에서 한발 물러나 ‘당헌·당규에 따른 공천’을 강조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화답으로도 볼 수 있다. 청와대와 김 대표 측, 친박계와 비박계가 각각 한발씩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준 만큼 공천 규칙을 둘러싼 갈등 역시 수면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지난 1일 김 대표와 현기환 정무수석 간 통화에서 양측이 알려진 것보다 더 깊은 얘기를 나누고 의견 접근을 이뤘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측이 갈등이 첨예화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인식에 기반한 선택일 수 있는 만큼 ‘전면적 봉합’보다는 ‘일시적 숨 고르기’로 볼 여지도 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청와대 참모진의 총선 출마를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공천권 확보’보다는 임기 후반기 ‘안정적 국정 운영’에 방점을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의 표명이 청와대 참모진의 ‘개인적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한 부분에서는 ‘조직적 선거 개입’이라는 정치적 오해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 전직 참모진이나 청와대 밖 정부 인사의 추가 출마 가능성까지 전면 차단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 김선동·주광덕 전 정무비서관, 김행 전 대변인, 최상화 전 춘추관장 등 전직 청와대 참모진의 출마설이 꾸준히 흘러나오는 데다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에 몸담고 있는 인사들의 출마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천 규칙을 둘러싼 계파 갈등은 당분간 잦아들지 몰라도 공천권을 거머쥐기 위한 후보 간 경쟁은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2015-10-06 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