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총선기구 인선 단행…주류로 포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8일 내년 총선 준비 기구의 인선을 속속 단행하며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당을 총선 체제로 급속히 재편하고 있다.문 대표는 지난 16일 “당을 빠른 시일 내에 일사불란한 총선 승리체제로 전환시키겠다”고 공언한 이후 개최한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무려 5개의 인선안을 처리했다.
비주류가 문 대표 사퇴와 지도부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요구하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자신의 시간표대로 총선 준비를 밀고나가겠다는 의지를 관철한 셈이다.
문 대표는 이날 정책위의장에 이목희, 전략공천관리위원장에 김성곤,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장에 백재현, 예비후보자 이의신청처리위원장에 인재근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비례대표 선출 시행세칙 제정 태스크포스(TF) 팀장은 홍익표 의원이 맡기로 했다.
이번에 임명된 이들은 모두 주류 측 인사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친문(친문재인)’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표가 최근 “대표된 뒤 두 번 인사 동안 친노는 단 한 번도 가깝게 임명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에 비춰 탕평인사를 했다 비주류에 끌려다닌 전례를 반복하기보다는 차라리 친정체제를 구축해 공천혁신 작업을 밀고가겠다는 생각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이날 주류 위주의 인선이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문 대표 측은 “총선 일정은 빠듯한데 더이상 시간이 없어서 인선을 미룰 수 없었다”며 “총선기획단,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관리위원회 등 후속기구도 예정대로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류 측 최고위원들도 문 대표를 거들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이제는 논란과 분열을 멈추고 대표에게 일정한 수습기간을 주고 지켜보는 여유와 관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틀만에 온라인 당원모집이 4만4천명에 달했다고 소개한 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터넷 혁명을 통해 수많은 국민이 노란 풍선을 들고 마포대교를 건너 청와대로 향했다. 우리는 또다시 스마트폰을 들고 행진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류는 문 대표의 ‘마이웨이’ 행보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사퇴 주장을 이어갔다.
비주류 ‘구당(救黨)모임’ 간사인 노웅래 의원은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표가) 이제는 죽을 각오로 내려놓을 수 있는 결기를 보여줘야, 내려놔야 총선 승리를 잡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사퇴를 촉구했다.
이상민 의원은 PBC 라디오에 나와 “문 대표가 대표에 있으면 분열이 조장되고 사분오열되는 점이 있기 때문에 야권이 결집하기 위해서는 문 대표가 대승적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문병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문 대표의 인선에 대해 “문 대표가 신당을 도와주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친노 패권주의가 더 강화될 것이어서 국민이 결코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광주 3선인 김동철 의원이 탈당 쪽으로 기울었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이런 분위기라면 추가 탈당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나오고 있다.
비주류 한 재선 의원은 “문 대표가 선거에 져도 좋다고 생각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밀어붙이기로 가면 안된다”며 “이런 상태라면 새로운 모색을 하는 의원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책위의장에 개혁 성향 강경파인 이목희 의원을 임명한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비주류 의원은 “안 의원 탈당으로 가뜩이나 중도층 공략이 쉽지 않아졌다”며 “그런 상태에서 강경파인 이 의원이 정책을 맡은 것이 잘한 일인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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