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무효 방치한 ‘무법국회’…‘느긋한’ 현역 기득권

선거구 무효 방치한 ‘무법국회’…‘느긋한’ 현역 기득권

입력 2015-12-31 11:17
수정 2015-12-3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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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후 1년2개월 동안 방관하며 헌정사상 초유 사태 초래예비후보들 “불공정 게임” “현역 밥그릇 지키기” 성토

여야간 정쟁으로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이 해를 넘기는 게 확실시되면서 제19대 국회는 ‘식물국회’를 넘어 ‘무법국회’로 진입하게 됐다.

헌법재판소가 올해 12월31일까지 선거구 최대·최소 인구 편차를 현행 3대 1에서 2대 1로 조정하지 못할 경우 기존 선거구가 무효화된다고 결정했으나 결국 이를 반영한 선거구 획정에 실패하면서 ‘무법’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역 대표라는 현역 의원들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대표할 지역구가 사라지고, 선거구 획정이 되기 전까지는 예비후보자의 신규 등록도 사실상 중단되는 등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비상대책’으로 예비후보의 선거운동을 잠정적으로 허용하기는 했지만 불법을 눈감아 주겠다는 것이지 합법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 위헌 사태가 또 다른 국가 기관의 ‘편법’을 불러온 셈이다.

특히 헌재의 결정이 나온 게 지난해 10월이지만 여야는 1년 넘게 방치한 채 결국 기존 선거구가 무효화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하도록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입법 비상사태’로 선언하고, 심사기간 지정을 통한 ‘직권 상정’을 할 태세지만 무법국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나마 여야 지도부간 협상 능력이 떨어지면서 ‘나토(No Action Talking Only·말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 사태를 일컫는 말)’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 의장이 직권상정 방식으로 중재안을 올릴 경우 지역구 통폐합 대상이 되는 여야 의원들, 그것도 각각 ‘텃밭’으로 통하는 영호남에 지역을 둔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거구 통폐합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는 없더라도 ‘동료 의식’의 발동으로 투표에 적극적이지 않은 분위기도 있다.

여야 의원들이 이렇게 미온적인 데는 선거구 획정 지연 사태가 자신들의 이권을 직접 해치지 않는 것을 넘어 오히려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현역 의원들은 잠시 지역구가 사라지더라도 의정 활동을 ‘빙자’한 선거 운동의 길이 넓게 열려 있지만 미리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은 정치 신인들에게는 1월1일부터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현역 의원으로서는 경쟁자들의 손발을 묶어 두는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김연광(인천 부평을) 예비후보는 3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역 의원들은 의정보고서를 동네에 살포하면서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하면서 전혀 불편한 게 없다”면서 “사상 최악이라는 제19대 국회가 선거구 획정까지 못하면서 정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부산 사하을 새누리당 예비후보인 석동현 전 부산지검장은 “그저 예년처럼 입법기한을 넘겨도 자기네들의 권한이나 이익에는 아무 피해가 없고 선거전까지 법이 통과되기만 하면 되겠지 생각하는 것 같다”며 “어쩌면 일부 현역의원들은 자기네들이 다가오는 선거에서 이런 혼란이 더 유리하다고 속으로 즐기는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창원 마산회원구 새누리당 예비후보인 조청래 여의도연구원 연구위원도 “기성 정치권이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에만 사로잡혀서 국민들의 정치불신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기재(서울 양천갑) 후보는 “정치 신인들은 현역 의원의 고의성 짙은 선거구 획정 지연에 불공정한 게임을 하고 있다”면서 “유권자들은 현역 의원의 밥그릇 지키기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성토했다다.

무소속 이수봉(인천 계양갑) 후보는 “강화 선거구가 통합될 경우 어느 쪽 선거구와 합쳐질지 결정되지 않아서 홍보물 제작도 못하고 있다”면서 “신진후보 입장에서 홍보물 한장 한장이 정말 중요한데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경기 군포에 출마를 준비 중인 정기남 전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 특보는 “인지도가 취약한 신인 입장에서는 사실상 무장해제 상태에서 전쟁을 치르는 것”이라면서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정치신인이 희생되고, 결과적으로 유권자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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