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和’보다 ‘火’를 많이 내는 정의장…좁아지는 친정내 입지

‘和’보다 ‘火’를 많이 내는 정의장…좁아지는 친정내 입지

입력 2016-01-24 15:47
수정 2016-01-2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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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이상과 현실정치 사이 고뇌…의회주의자 원칙 고수”친박·비박 동시 공격…일각선 “복당시켜선 안된다” 주장도

정의화 국회의장의 이름은 ‘옳다’는 의미의 ‘의(義)’와 ‘서로 뜻이 맞아 사이좋은 상태’라는 뜻의 ‘화(和)’다.

정 의장 스스로도 자신의 이름 뜻을 좋아해서 각종 강연이나 모임 등에서 애용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2월 중국 베이징(北京) 외교학원 특강에선 중국 고전 ‘주역(周易)’에 나오는 ‘의로써 화를 이루는 것이 이득(利者, 義之和也)’이란 구절을 인용했다. 지난 4일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선 건배 구호로 ‘화위정수(和爲政首·화합이 정치의 으뜸)’를 외쳤다.

정 의장은 입버릇처럼 자신이 ‘의회주의자’임을 내세우면서 ‘중용의 정치’를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을 푸는 의회 민주주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 의장은 요즘 들어 화(和)보다는 ‘화(火)’를 자주 내고 있다. 특히 ‘친정’인 새누리당을 겨냥할 때가 많다.

지난 22일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당 회의에서 자신을 겨냥해 “국회의장이 국민의당(안철수 의원의 신당)에 갈지도 모른다는 기사가 오보이길 바란다”고 말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정 의장은 원색적인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격한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지난달 16일 원유철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들고 찾아와 압박했을 때도 불같이 화를 내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간 정 의장은 국회 의원회관 체력단련실로 달려가 분을 삭였다는 후문이다.

정 의장의 불편한 심경은 무엇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상과 여의도 정치의 현실 사이에서 갖는 고뇌의 산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국회 관계자는 2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잘못된 법을 고치는 데 있어서 또 다른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했던 정 의장의 발언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국회선진화법(현행 국회법)’이 아무리 악법이라도 이 역시 여야의 합의가 이뤄져야 고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친정’인 여권에서 갈수록 좁아지는 자신의 입지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놓고 입법부 수장으로서 행정부 수반인 박근혜 대통령과의 갈등이 노골적으로 불거진 데다 긴밀히 소통해야 할 여당 원내지도부와도 첨예한 대립각이 형성됐다.

이제는 당내에서조차 계파를 가리지 않고 정 의장을 향한 불만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정 의장으로부터 ‘저주’의 대상이 됐던 친박(친박근혜)계인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연일 정 의장 측을 압박했다.

그는 지난 19일 정 의장의 측근인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을 향해 “안철수 신당으로 간다고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는데 그것이 사실인가”라고 따진 데 이어 22일에는 “야당의 시간 끌기에 또다시 (동조)하는 그런 패착은 두지 않기를 바란다”고 정 의장에게 국회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거듭 압박했다.

비박(비박근혜)계인 김무성 대표마저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안) 상정을 막는 야당의 부당한 행위에 의장이 동조해선 안 된다”면서 “경제를 살리려는 이 법안들을 이른 시일 안에 직권상정하는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과연 의장은 어디서 오신 분인가”(서청원),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이냐”(이인제)는 최고위원들의 거친 비난에 이어 “(무소속인) 정 의장의 복당을 불허해야 한다”거나 “해당 행위를 했으니 호적에서 파야 한다”는 극단적인 목소리마저 의원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이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국회법 개정안이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될 예정인 가운데,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 권한을 쥔 정 의장이 이번에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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