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 문자메시지로 요청…정 의장 찾아가 설득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현행 국회법 개정 논란과 관련, 자신의 중재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 발의 절차에 착수한 데 대해 ‘친정’인 새누리당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정 의장이 추진하는 국회법 개정안 공동발의 참여를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27일 복수의 여당 의원들이 밝혔다.
원 원내대표는 문자메시지에서 “정 의장께서 현재 추진 중인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아직 당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관계로 의원님께서는 서명을 보류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의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관련사항을 공지하겠다”고 덧붙였다.
표면적으로는 당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며 보류를 요청한 것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정 의장의 중재안이 성안될 경우 국회법 개정 속도와 방향이 여당이 바라는 대로 추진되지 않을 거란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원 원내대표와 여당 법안을 발의한 권성동 의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 직후 정 의장을 찾아가 전날 소속 의원들에게 ‘참여 보류’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런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원 원내대표는 정 의장과 만난 직후 기자들에게 “어제 (정 의장 법안 발의) 서명을 중단시킨 것에 대해 ‘오해는 하지 마시라’고 말했다”며 “자칫 정 의장의 중재안도 틀어질 수 있고 여당이 발의한 안도 꼬일 수 있어 절충점을 찾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정 의장의 법안이) 바로 발의됐는데 야당에서 협의 없이 안건조정위 설치를 신청하면 못 하는 것”이라 말했다.
즉 정 의장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야당이 국회법에 따라 90일 동안 활동해야 하는 안건조정위 설치를 신청하면, 국회법 개정을 통해 제19대 국회 안에 쟁점법안을 처리하려는 여당의 전략에 ‘빨간불’이 켜지는 셈이다.
이에 여당은 지난 1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부결된 권 의원의 국회법 개정안에 정 의장의 중재안을 반영한 수정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새누리당은 오는 29일 본회의가 열려 권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의 국회 운영위원회 부결 사실이 보고되는 즉시 국회법 87조에 따라 부결된 국회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 요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부의 요구서에는 이날까지 이미 당 소속 의원 139명이 서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 의장 측은 법안 발의 시점을 두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정 의장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공동발의에 필요한 10명 의원의 서명은 받아놓을 것”이라면서도 “정 의장이 법안을 발의하려는 취지는 ‘중재’ 성격이 큰 만큼, 여야와의 협의를 위해 일단 오늘 당장 법안을 발의하진 않을 예정”이라 말했다.
또 현실적으로 법안 발의에 필요한 10명 이상의 의원 서명을 받는 일도 발등의 불이 됐다.
‘친정’의 만류도 걸림돌이지만 야당의 상황은 더 녹록하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국회법 개정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어 야당 의원들의 서명 참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