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에 압도된 한일관계…‘외교’의 공간 사라져

국내정치에 압도된 한일관계…‘외교’의 공간 사라져

입력 2017-01-18 10:40
수정 2017-01-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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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리더십 공백 속 강경론 득세…日 ‘소녀상 초강수’ 지지층 의식 평가

작년 말부터 악화 기류를 타고 있는 한일관계가 양국의 국내 정치에 압도되면서 ‘외교’의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일 갈등의 중심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경우 ‘합의 파기론’과 소녀상 설치 등에 나름의 명분이 있고 여론의 호응도 받고 있지만 국내 정치와 연결돼 있음을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재인(전면 무효)·이재명(전면 재검토)·안철수(폐기)·박원순(무효화)·유승민(재협상) 등 여야 유력 대선 주자들이 한일 위안부 합의를 돌이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최근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만약에 (한일 합의에 따라 일본이 정부 예산으로 송금한) 10억엔이 소녀상 철거와 관련된 것이라면 잘못된 것이고, 그럴 거라면 차라리 돈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위안부 합의에 대한 국내 반대 여론과 맥락을 같이하는 이들 정치인의 주장은 사죄의 진실성을 의심케 하는 일본 아베 정권의 태도를 감안할 때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위안부 합의를 파기할 경우 예상되는 한일관계의 파국, 한국의 대외 이미지 악화, 한일관계가 삐걱대는 와중에 일본 아베 정권의 지지도는 올라가는 ‘역설’ 등을 지적하는 정치인의 목소리는 거의 실종된 상태다.

심지어 10억 엔과 소녀상 문제의 ‘연계설’은 한국 정부는 물론 일본 정부도 관방장관 회견 등 공식적으로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나온 내용이 전부”라며 부인한 터에 한국에서 계속 거론되고 있다.

1차로 불허됐다가 결국 설치된 데 이어 관할 지자체 차원에서 영구 보존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는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역시 국정의 ‘리더십 공백’ 상황에서 선거로 뽑힌 지방자치단체장의 고민과 떼어 놓을 수 없어 보인다.

독도에 소녀상을 설치하려는 경기도의회의 행보도 결국 정치인들이 주도하고 외교 당국은 그 수습책을 고민하는 실정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 편지를 보낼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서도 “언급을 자제하겠다”(조준혁 외교부 대변인)는 절제된 대응을 하는 등 한국 정부는 위태로운 한일 위안부 합의와 한일관계를 지탱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것이 안팎의 평가였다.

그런데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주한대사 일시 귀국과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 협상 중단 등 초강경 대응을 한 데는 성과 없이 끝난 러시아와의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협상에 따른 실점을 만회하고, 지지층을 결집함으로써 국내 입지를 다지려는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다는 게 중평이다.

이처럼 정치가 외교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양국 외교당국은 아직 상황 타개를 위한 고위급 대화 채널 가동 등 수습책을 모색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18일 “주한 일본대사가 일본으로 돌아간 뒤 아직 복귀하지 않은 상황인 데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의 독도 영유권 주장 문제도 있었던 만큼 ‘쿨 다운’(진정)할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가 외교를 압도하면서 출구를 찾지 못하는 한일관계의 갈등 상황은 양국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사실상 예고한 상황에서 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차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불확실성을 안고 출범하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특히 우리 정부가 위안부 합의에 대한 여론의 반대 속에서도 한일관계를 정상화하려 노력하고,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까지 체결한 데는 한미일 안보 공조를 통해 북한 핵 위협에 맞선다는 목표가 컸다는 점에서 현 상황은 ‘적전분열’로까지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국립외교원 조양현 교수는 “국내정치와 대외관계가 연동되는 상황은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지금처럼 한일이 강대강으로 가면 과거사 문제에서 충돌이 불가피하고, 그럴 경우 (차기 정권이) 진보 정부든 보수 정부든 외교 관계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 요인이 불안정해지면 상대적으로 한일 협력의 중요성이 커지는데,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불안정성이 커졌기 때문에 한일간 접근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관계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금 한일관계는 정치화하거나 감정적으로 하면 안 되고, 대국적 관점에서 상황악화를 막고 해결을 위한 동력을 찾아야 할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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