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북정책 짜는 美, 北 안고가는 中…‘신냉전구도’ 굳어지나

새 대북정책 짜는 美, 北 안고가는 中…‘신냉전구도’ 굳어지나

입력 2017-03-03 11:16
업데이트 2017-03-0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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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길성 방중 ‘중국은 북한 버리지 않는다’ 메시지

북한 미사일 도발과 김정남 암살이라는 변수 속에서도 한반도의 신(新) 냉전 구도가 새삼 재확인된 가운데 미국 새 정부의 대북정책 수립과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맞물리며 한반도 정세는 격동의 봄을 맞고 있다.

지난달 12일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북극성 2형) 발사와 그 다음 날 이뤄진 김정남 암살은 국제사회 대(對) 북한의 구도를 강화함으로써 대북 제재·압박 드라이브에 힘을 싣게 되리라는 기대를 낳았다.

그러나 한미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추진에 맞서 중국이 북한을 포용하고 러시아와의 ‘오월동주’ 관계를 강화하는 쪽으로 바둑돌을 옮기면서 ‘한미일 대(對) 북중러’라는 한반도 주변 ‘신냉전 구도’는 요지부동임이 확인됐다.

새로 검토 중인 트럼프 대북정책의 핵심은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 강화’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사드 몽니’를 부리는 중국을 과연 움직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연합훈련의 막이 오른 가운데, 북한이 추가도발 카드를 빼 들 경우 한반도 정세는 예측 불가의 중대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북한 포용하는 중국 = 중국이 지난달 28일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을 베이징으로 초청하고,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만나게 한 뒤 회동 내용을 적극 공개한 것은 ‘우리는 북한을 버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북극성 2형 발사와 김정남 암살로 국제사회의 대북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데다 비명에 간 김정남은 한때 중국이 보호했던 ‘지중(知中)파’ 였다는 점에서 관용차까지 내준 중국의 리길성 환대는 의미심장했다.

‘악동’ 북한을 감싸는 행보로 국제사회에서 잃을 것보다 북한이 가진 전략적 가치가 더 크다는 점, 주한미군 사드 배치가 실행에 들어간 상황에서 한미일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연말까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단키로 하는 등 유엔 안보리가 결정한 대북 제재를 이행할 의지는 보여줬지만, 여전히 북한을 질식시킬 수준의 압박은 거부하면서 북한에 대한 전략적 지분을 유지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더불어 중국은 지난달 28일 러시아와 외교차관급 회담을 열어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북한 미사일 도발과 김정남 변수 속에서도 한미일에 맞서는 북중러의 ‘스크럼’을 단단히 짜는 양상이다.

◇미 대북정책 검토 잰걸음 = 이런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새 대북정책의 입안을 서두르고 있다. 1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2인자인 캐슬린 T. 맥팔런드 부보좌관이 약 2주 전 정부 안보관리들을 소집해 ‘주류에서 벗어난’ 의견까지 포함한 다양한 대북 방안을 제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표 대북정책’은 이르면 이달중 윤곽을 드러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제타격에서부터 북한 핵동결을 목표로 하는 협상까지 모든 옵션을 열어둔 채 대북 제재·압박을 더 강화하는 내용이 될 공산이 크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그리고 현 상황에서 제재·압박 강화의 관건은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2차제재)을 쓰느냐 마느냐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결국, 갓 출항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미중간 파워게임과 직결된 셈이다. 통상 등 여러 문제에서 중국과 ‘건곤일척’을 겨뤄야 할 미국이 대중국 레버리지(지렛대)를 북핵 해결을 위해 쓸 것인지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북한 추가도발·중국의 대화 카드 주목 = 4월 말까지 독수리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이 김일성 생일(4월 15일, 태양절), 인민군 창건 85돌(4월25일) 등을 계기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6차 핵실험 등 추가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북 선제타격론이 미국 조야에서 활발하게 거론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추가도발은 무모한 도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역발상으로 보면 미국의 대북정책이 수립되는 시기에 북한 문제의 중요도를 높이고, 상황 관리를 위한 대북 협상론에 힘을 싣기 위해 북한이 추가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그럴 경우 한반도 정세는 1차 북핵 위기의 와중에 미국이 영변 핵시설 선제타격까지 검토했던 1994년 상황을 방불케 하는 중대 국면에 빠져들 수 있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독수리 훈련에 참가하는 F-35B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가 한반도에서 첫 정밀타격 연습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진만큼 선제타격 카드는 북한이 추가도발에 나설 경우 한층 더 부각될 수 있다.

하지만 전면전을 불러올 수 있는 선제타격 카드를 실제로 쓸 것이냐에 대해 우리 정책 담당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신중하다. 미측이 한국의 입장을 무시한 채 독자행보에 나서지 않는다고 전제하면 미국은 중국을 통한 대북 제재·압박 강화를 구체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 미국의 압박을 옆으로 흘리기 위해 중국은 올해 어느 시점엔가 비핵화 협상과 평화체제 협상의 ‘병행론’을 빼든 채 대화를 중재하려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일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과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목표를 위해 새로운 노력을 해나가길 바란다”며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동시에 거론했다.

◇중대시기 맞은 한국외교 ‘조기대선’ 변수 = 이런 상황에서 한국 외교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우리 입장을 반영시키는 한편 경제에 큰 생채기를 낼 것으로 보이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응해야 하는 이중의 난제를 안게 됐다.

특히 대북 선제타격 옵션에 대한 우리 입장을 반영시키는 동시에 핵동결 협상과 평화체제 협상 병행론 등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로 연결될 수 있는 협상 전략을 택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에 이해시키는 것이 급선무가 됐다. 그런 만큼 북한의 도발 시계가 째깍거리는 상황에서 한미간에 대북정책의 보조를 철저히 맞추도록 하는 데 정부는 외교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더불어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이후 어그러진 한일 관계를 조기에 정상화해 공동의 안보 위협인 북핵 해결을 위해 공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의 대북정책 수립, 북한의 추가도발 등이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있을 수 있는 한국의 조기대선 국면과 겹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현 외교안보팀의 상황 관리 역량은 중대한 시험대에 설 가능성이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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