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新데탕트 국면…여야 미묘하게 엇갈린 속내

한반도 新데탕트 국면…여야 미묘하게 엇갈린 속내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3-09 13:10
업데이트 2018-03-0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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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남북·북미 연쇄정상회담 희색…‘미투’ 악재 반전 기대도 한국, 환영 속 신중론…홍준표 “전혀 새로울 것 없다” 평가절하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까지 한반도에 급격히 도래한 신(新) 데탕트 국면은 지방선거를 채 100일 남겨놓지 않은 정치판도 근본적으로 뒤흔들 전망이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4월 회담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5월 안에 만나기로 합의하며, 오는 6월13일 치러질 지방선거가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서게 됐다.

여야는 9일 북미회담 성사에 일단 환영 입장을 밝혔지만 속내는 정확히 엇갈렸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시작으로 계속되는 ‘미투(Me too)’ 폭로의 직격탄을 맞은 더불어민주당은 단순히 돌발 악재를 상쇄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역사적 남북 관계 급진전에 희색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보수야당은 일단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제 대화의 첫 전제조건이 충족된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제한적일 것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민주당은 일단 전환점을 맞이한 한반도 정세에 ‘대환영’ 입장을 밝히며 그간 안보공세의 수위를 높여온 보수야당을 겨냥해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번 성과는 지난 2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도 차원을 달리하는 것인 만큼 이를 계기로 진보 지지층이 한층 두터워지고 중도층의 저변도 넓어질 것이라며, ‘안희정 파문’으로 직격탄을 맞은 지방선거 판세에도 회복의 전기를 마련할 것이란 속내도 내비쳤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면서 “보수 야당들은 옛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시간 벌어주기라고 비판만 할 게 아니라 구체적 진전에 힘을 보태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게 해야 한다”며 야당의 태도 변화를 압박했다.

김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미 정상 간의 대화로 한반도 평화 정착의 계기를 만든 데 대해 크게 환영한다”면서 “이번 방미 결과는 3차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라고 평가했다.

한 중진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북미회담까지 성사된 것은 전광석화 같은 급진전이고 아주 잘된 일”이라며 “미국까지 저렇게 나온 마당에 한국 야당과 일본이 제일 쑥스럽게 됐는데, 본인들의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하고 대세에 얹혀서 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지리멸렬”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략통 당직자는 “과거에는 안보 중심의 보수정부가 지지받을 가능성이 높았다면, 한반도 정세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며 구조적으로 현재의 여권에 우호적 기반이 형성된 것”이라며 “기본 환경은 갖춰졌기 때문에, 당장 미투가 불거지긴 했지만 내부 위기만 잘 정리한다면 기본적으로 괜찮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민주평화당 최경환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화된 것을 적극 환영한다”며 “꼭 회담이 성사돼 역사적 성과물을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가세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일단 북한과 미국이 대화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명확한 북핵 폐기 등 구체적 성과를 내놓지 않으면 공염불에 불과하다며 신중론을 폈다.

당 북핵폐기특위 위원장인 김무성 의원은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단 대화 국면에 들어간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북미 대화를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며 “그렇지만 실제 회담에서 어떤 내용이 오가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 역시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북미 양측이 서로 만나기로 한 점에 대해 전적으로 환영한다”면서도 “하지만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이야기했지 핵 폐기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란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대표는 한층 강경했다.

홍 대표는 “북미 대화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저들은 궁지에 몰릴 때 그런 식으로 ‘안보쇼’를 했지만, 북핵은 자기들 주장대로 하면 완성 단계를 지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부적으로는 이번 북미 대화가 지방선거에 미칠 파급 효과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정부·여당에 호재로 작용하고, 정부의 실정을 상쇄하는 효과가 발생해 결과적으로 한국당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인식이다.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은 안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거부 반응을 보인다”며 “국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 정부가 정책 전반에 어느 정도 성과를 냈는지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북미대화에 대해 대북압박과 제재의 성과라고 평가하면서도 회담 내용에 따라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북미대화 합의는 국제사회의 대북압박과 제재의 성과”라면서도 “단순히 핵동결을 합의하는 정도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학재 지방선거기획단장은 “북미 대화가 성공하면 집권당에 유리할 수도 있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는 만큼 북미정상회담 자체보다 앞으로 내용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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