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와 40분 통화…“남북정상회담 성공은 日北 관계 정상화에 큰 도움”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종전선언은 남북만의 대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남북미 3자 합의가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며 “그 조건을 갖출 수 있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아베 총리와도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아베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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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은 이어질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은 물론이고 일본과 북한 두 나라 사이의 관계 정상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본과 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여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잘 될 경우 일본과 북한 사이 대화나 일북정상회담이 이어질 필요가 있는가”라고 아베 총리에게 물었다.
아베 총리는 이에 “일본과 북한 사이에는 핵과 미사일 그리고 납치 등 여러 문제가 있으나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일본과 북한 사이에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은 핵 문제, 미사일 문제, 납치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럴 경우 일본과 북한 사이에서 평양선언에 입각해 과거 청산과 관계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언급한 ‘평양선언’은 2002년 9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조인한 선언문으로, 북한과 일본은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실질적인 정치, 경제, 문화관계를 수립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베 총리는 지난 17∼18일 이뤄진 미·일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제기하고 납치자가 일본으로 귀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문 대통령도 남북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미 기회가 닿는 대로 북쪽에 납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 때도 아베 총리의 입장을 전달하고 김 위원장에게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이 동북아 평화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 뒤 아베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회담 결과를 설명할 것을 약속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통화는 아베 총리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며 “남북정상회담 후 한일 정상 간 통화도 아베 총리가 먼저 요청한 것”이라고 전했다.
‘종전선언을 하려면 정전협정 당사국 중 하나인 중국과의 합의도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최소한 3자라고 했다. 10·4 선언 때도 3자 또는 4자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며 “꼭 3자나 4자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적어도 남북미 합의는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답했다.
아베 총리가 ‘평양선언’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북일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명료하게 밝힌 것”이라며 “특히 과거 청산이라는 용어를 쓴 것은 강점기에 발생한 배상문제까지 해결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북일 관계 정상화를 언급한 것을 북일수교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는가’라는 물음에는 “그렇다. 구체적으로 북일수교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관계 정상화·과거 청산 등의 말을 쓴 것은 굉장히 진일보한 것”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기하기로 한 데 대해서는 “아베 총리가 특별히 정상회담을 앞두고 요청한 것이라 문 대통령도 정중하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것일 뿐, 북일 정상회담을 주선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우리 국민 억류자 문제도 언급하는가’라는 물음에는 “그 문제는 지금 말씀드릴 사안이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현재 북한에는 우리 국민 6명이 억류돼 있다.
이 관계자는 ‘한일 정상이 이날 통화에서 북핵 폐기를 위해 최대한의 압력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그 내용도 있었으나, 항상 해온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