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신청 매번 떨어져…동생들과 소식이라도 주고받았으면”
68년 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부모님과 여동생 넷과 생이별한 김지성(94) 할머니. 김 할머니의 아들 김기창(69) 씨는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내외’ 명의로 도착한 북측의 송이버섯 선물을 받았다며 이렇게 전했다.
고향이 개성인 김 할머니는 해방 직후 혼인을 올린 뒤 서울 종로구 서촌에 살림을 차렸다. 결혼 후에도 친정을 종종 왕래했지만, 1950년 전쟁이 발발하면서 가족들과 소식이 끊겼다.
김 할머니는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열기 시작했을 때부터 거의 매번 빼먹지 않고 신청했다고 한다. 지난 4월 남북이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열기로 잠정 합의한 직후에도 가장 먼저 대한적십자사에 아들과 달려갔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를 앓고 있어 약을 먹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한적에 낸 신청서에 ‘대성·장성·옥순·희명’, 네 여동생의 이름을 단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또박또박 적어냈다.
아들 김 씨는 “기억장애가 심하셔서 가까운 기억은 잃어버리시는데, 옛날 기억은 여전히 생생한 것 같다”며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TV에 나올 때면 ‘왜 나는 (선정이) 안 되느냐’며 울곤 하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어머님이 내 밑으로 딸 넷을 낳으셨는데, 자라면서 자식들에게 ‘북에 있는 여동생들을 못 보니까 딸을 똑같이 넷이나 낳았나 보다’라고 하실 정도로, 동생들을 간절히 보고 싶어 하셨다”고 설명했다.
평생을 그리워한 동생들이지만, 어느덧 구순을 훌쩍 넘기면서 이제는 동생들과 재회할 수 있을 지 기약 하기도 어려워졌다.
김 할머니는 이날 받은 송이버섯을 삼켜 넘기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좋은 편이 아니라고 아들 김 씨는 전했다. 딸들을 북녘의 여동생으로 착각하는 일도 잦아졌다.
김 씨는 “어머님이 일반 식사도 못 하시는데, 버섯을 받고 드시려고 하더라”며 “북녘에서 온 선물을 받고 그리움과 감동,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0여 년 전만 해도 이산가족 신청자가 10만 명이 넘었다고 들었는데, 이번엔 5만여 명이라고 하니 절반이 돌아가신 셈이다”라며 “남북관계가 이번에는 정말 좋아져서 이산가족들이 서로 소식만이라도 주고받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청와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송이버섯 2t을 선물했으며, 문 대통령은 이를 미상봉 이산가족들에게 추석 선물로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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