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거 정치, 명분 있어야 약발 먹힌다

칩거 정치, 명분 있어야 약발 먹힌다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0-06-22 01:38
업데이트 2020-06-22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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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 정치인 협상 지렛대로 자주 활용

YS·박근혜, 정국 반전 성과 거두기도
주호영 칩거 정치, 여론·복귀시점 관건
‘법주사 칩거’ 주호영 찾아간 김종인
‘법주사 칩거’ 주호영 찾아간 김종인 미래통합당 김종인(왼쪽)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0일 충북 보은 속리산 법주사에서 칩거 중인 주호영 원내대표를 찾아가 국회 복귀 및 원 구성 협상에 관한 대화를 하고 있다.
통합당 김성원 의원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 원 구성에 반발해 국회를 떠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일주일째 사찰에 머무르면서 ‘칩거 정치’의 실효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거물 정치인들은 정국 돌파구를 찾는 전략으로 칩거를 선택했다. 때로 정치 생명을 걸어야 해 위험 부담도 있지만 메시지에 대한 주목도를 높일 수 있어 종종 이 방법을 택했다.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민주자유당 대표이던 1990년 ‘3당 합당’의 이면합의인 내각제 합의 문서가 공개되자 이에 반발해 경남 마산에 내려간 일이다. 김 전 대통령은 내각제 포기를 요구하며 노태우 당시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지만 답이 없자 칩거를 결행했다. 결국 여권 분열을 우려한 노 대통령은 내각제 포기를 약속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내 계파 갈등 국면에서 이를 활용했다. 2008년 총선 공천에서 친박근혜 인사가 대거 탈락하자 지원유세를 멈추고 대구 달성에만 머물렀고, 총선 후엔 탈당한 측근들의 복당이 수용되지 않자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칩거했다.

칩거 기간 정치인들은 외부활동은 자제하면서도 언론 등을 통해 메시지를 던지며 반전을 모색한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칩거는 일종의 정치 행위”라면서 “여론의 주목을 끌 수 있고, 협상 지렛대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칩거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정치적 명분이 뒷받침돼야 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주 원내대표의 칩거와 관련, “북한 문제와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상황이 엄중해 이번 주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 복귀해야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2020-06-2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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