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인국공 사태에 “철밥통 귀족의 城이 진짜 문제”

김대호, 인국공 사태에 “철밥통 귀족의 城이 진짜 문제”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0-06-25 17:07
업데이트 2020-06-2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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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국공 사태 씁쓸”… 직장의 계급화 지적
“생산성보다 월등한 처우 누리는 곳 많아”
“정상 오르는 사다리 적어” 노동구조 비판

‘정규직화 취소’ 요구 국민청원은 23만 동의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화 관련 브리핑을 마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브리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던 중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2020.6.22 연합뉴스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화 관련 브리핑을 마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브리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던 중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2020.6.22 연합뉴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1900여명 정규직 전환과 관련 ‘직장 계급화’를 갈등의 본질적인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놓고 찬성과 반대로만 바라보는 정치권 시각에서 한 발 물러나 우리 사회 불평등과 계급구조 해법을 제시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김 소장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담론의 대전제는 ‘정규직=정상, 비정규직=비정상’이라는 이데올로기”라며 “이는 청년과 미래세대의 기회와 희망을 죽음의 시대로 끌고 가는 이데올로기”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이어 “한국 기업에게는 계약 체결의 자유는 있으나, 정규직에 대해서는 계약 해지의 자유가 사실상 없다”며 “유럽, 중국, 베트남 등의 정규직은 이런 게 아니다. 기업 규모간 초임 격차가 거의 없는 것을 보면 일본도 한국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전날 올린 글에서 인국공 사태를 직접 언급하면서 “시험을 거쳐 정규직이 된 사람들이 불공정을 격렬하게 성토한다는 뉴스를 봤다. 성토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참으로 씁쓸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시장 원리(기여와 보상의 균형)를 왜곡하는 국가의 법령과 구래의 차별 습속으로 인해 ‘높은 벽으로 둘러쳐진 성(城)’이 유난히 많다. 직장이 계급화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는 일(시장이 평가하는 생산성)에 비해 월등한 처우(고용 임금 복지)를 누리는 곳이 많다는 얘기”라고 부연했다.

김 소장은 “‘성’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담론의 대중화가 요원한 것 같다”고 씁쓸함의 이유를 밝혔다. 인국공의 경우 서비스가 나쁘거나 고비용을 이용자에게 부담시켜도 다른 선택지가 없는 독점 공기업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소장은 “한국은 위(정상)와 아래(바닥), 안(내부자)과 밖(외부자), 공공과 민간, 승자와 패자 간의 격차가 너무 크고, 정상으로 올라가는 사다리 내지 밧줄은 너무 적다”면서 “그래서 높은 봉우리에 비유되는 소수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의 경우 ‘해고는 살인’이라는 절규가 터져 나온다”고 분석했다. 그는 “‘철밥통 귀족’이 사는 ‘성’을 유지해야 한다면 최소화라도 하고, 성 안 사람이 되는 경쟁 절차는 공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글은 25일 오후 5시 기준 23만여명이 동의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이날 “이들의 정규직 전환과 공사에 취업 준비를 하는 분들의 일자리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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