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 청문회 중 퇴장 ‘엑시트 김행’…법적 문제 없나 [이슈픽]

사상 최초, 청문회 중 퇴장 ‘엑시트 김행’…법적 문제 없나 [이슈픽]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3-10-07 09:00
업데이트 2023-10-0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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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밤 10시 45분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장을 박차고 나갔다. 공직 후보자가 청문회 도중 퇴장한 건 대한민국 인사청문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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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인사청문회 도중 김 후보자가 퇴장하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막아서고 있다. 2023.10.05 국회방송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인사청문회 도중 김 후보자가 퇴장하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막아서고 있다. 2023.10.05 국회방송
이날 여아는 ‘코인 보유’, ‘주식파킹’,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 등 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두고 격돌했다.

김 후보자의 경우 그간 여러 의혹에 대해 “청문회에서 다 밝히겠다”고 했으나 의혹을 잠재울 만한 근거나 자료 원본을 거의 제시하지 않았다. 재무제표와 주식 거래 명세 등 자료 원본 제출을 요구한 야당 의원들과 강하게 맞섰고, 관련 의혹은 자료 없이 무조건 부인했다.

급기야 김 후보자는 청문회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권인숙 여성가족위원장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김 후보자를 향해 “그런 식으로 할 거면 사퇴하든지”라고 하자, 이에 격앙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김 후보자는 동반 퇴장했다.

김 후보자는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나갑시다”라고 외치자 자리를 이탈, 청문회장을 떠났다.

권 위원장이 “후보자 앉으세요”라고 경고하고,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몰려와 “어딜 도망가느냐”, “못 나간다”라고 막아섰으나 김 후보자는 청문회장을 빠져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권 위원장은 6일 오전 1시가 넘어서도 여당 의원들과 김 후보자가 돌아오지 않자 정회를 선포했다.

권 위원장은 “청문회에서 모든 걸 설명하겠다던 후보자가 자료 제출도 거부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며 “사상 초유의 사태로 장관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드라마틱하게 청문회를 ‘엑시트’(exit) 했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가 지난달 14일 후보자로 지명된 후 인사청문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한 자리에서 여가부의 존폐에 대해 “드라마틱하게 엑시트하겠다”고 말한 것을 비꼰 것이다.

민주당은 야당 단독으로 청문회 일정을 연장했지만 김 후보자와 여당은 6일에도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여당과 합의 없이 청문회 일정을 연장한 것은 편파적 의회 폭거”라며 여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행랑’, ‘김행방불명’…법적 문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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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인사청문회 도중 김 후보자가 퇴장하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막아서고 있다. 2023.10.05 국회방송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인사청문회 도중 김 후보자가 퇴장하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막아서고 있다. 2023.10.05 국회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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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인사청문회 도중 김 후보자가 퇴장하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막아서고 있다. 2023.10.05 국회방송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인사청문회 도중 김 후보자가 퇴장하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막아서고 있다. 2023.10.05 국회방송
김 후보자의 청문회장 퇴장을 두고 민주당에서는 ‘김행랑’(김행+줄행랑), ‘김행방불명’(김행+행방불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영우 전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김 후보자가 돌아왔어야 한다”고 하는 등 여권에서조차 “공직 후보자는 끝까지 자리를 지켰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후보자의 이런 ‘청문회장 엑시트(exit)’, 법적 문제는 없을까.

현재 국회법상으로는 청문회 도중 퇴장하거나 청문회에 불참한 공직 후보자에 대한 처벌 관련 조항은 없다.

청문회 위원이 공직 후보자와 직접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인사청문회에 참여할 수 없고, 관련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위원은 위원장에게 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는 조항(제17조 제척과 회피)은 있으나 공직 후보자 본인의 불출석, 퇴장, 회피 등과 관련한 조항은 없다.

청문회가 후보자 출석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인사청문회법 제정 당시 후보자 본인의 불출석이나 퇴장 등에 대해선 고려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공직 후보자 본인이 청문회 도중 퇴장한 건 대한민국 인사청문회 역사상 이번이 최초다.

인사청문회는 제16대 국회에서 최초로 도입됐다. 국회는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했다. 그간 청문회에서 소수당이 다수당 독주에 항의하며 집단 퇴장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공직 후보자가 퇴장한 사례는 전례가 없다.

국회 관계자도 “공직 후보자 본인이 청문회 도중 퇴장한 것은 2000년 제도 도입 이후 김 후보자가 최초”라고 했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후보자 출석을 강제할 방법이 없으니 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여가위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김행 방지법’이라도 발의해야 하나 비참한 마음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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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5 안주영 전문기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5 안주영 전문기자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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