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신뢰 프로세스’… 책임공방 확산 땐 회의론 커질 듯

기로에 선 ‘신뢰 프로세스’… 책임공방 확산 땐 회의론 커질 듯

입력 2013-06-12 00:00
업데이트 2013-06-12 00:3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수정론 고개 드는 朴대통령 대북정책

12일로 예정됐던 남북당국회담이 끝내 무산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해 온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기로에 서게 됐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북한의 무력시위와 개성공단 차단 등에도 역대 어느 정권보다 뚝심을 발휘한 끝에 상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지만, 대화 국면을 앞당기려면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마저 제기된다.

청와대는 11일 회담 무산과 관련, “굴종과 굴욕을 강요하는 행태는 발전적인 남북 관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굴종’ ‘굴욕’ 등 좀처럼 쓰지 않던 표현들을 꺼내 들 만큼 격앙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회담 무산에 대한 국내 일부의 비판 여론에도 남북문제를 풀어 가는 박근혜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이 원칙과 신뢰라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장관급회담 등에서 남북 수석대표의 격이 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음에도 관례적으로 묵인해 왔다는 점에서 정부의 강경 조치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남북 대화의 격을 맞추도록 하겠다는 하나의 원칙을 제시했는데 방향성은 맞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건 신뢰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동안 우리 장관이 북한 국장급을 상대하는 식의 잘못된 관행의 여파로 봐야 한다”면서 “북한이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남한 정부를 경시하는 태도 등 그만큼 우리가 가볍게 보였던 것이 고스란히 확인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책임에는 공감하지만, 우리 정부 또한 유연성 부족으로 대화 국면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도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책임이 크겠지만, 우리도 북한을 좋은 쪽으로 이끌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이어 “이례적으로 이산가족 상봉도 의제에 넣을 만큼 북측도 회담을 해보려는 의지가 어느 정도 있었는데 우리가 너무 ‘갑’의 위치에 서려 했다”면서 “갑이라면 상황을 잘 관리해야 하는데 한 번에 북한의 버릇을 고치려는 마음가짐이 있었던 것 같다. 조심스럽게 시작해야 하는데 한 번에 다 풀어내려는 과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론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선에서 그친 만큼 보다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 시일 내 당국회담이 재개되지 않고, 지루한 책임공방이 전개된다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지면서 이 같은 목소리는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야권은 물론 강경 대북기조를 촉구하는 여권 일각에서도 수정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측은 한반도 상황을 관리할 능력을 통 크게 보여 줄 필요가 있고 북측 역시 남북 관계에서 유연성을 국제사회에 보여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태우 전 원장도 “개성공단과 금강산은 남북 관계의 허파에 해당하는 만큼 대화로 살려 놓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정부가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13-06-12 2면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