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트남 ‘과거사 언급’은 피해…상호 ‘실사구시’ 추구한듯
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은 아세안 회원국가 중 처음이라는 점 외에도 박 대통령과 베트남 사이에 얽힌 직·간접적인 ‘인연의 고리’로 각별한 관심을 끌었다.베트남전은 베트남 현대사에서 지울 수 없는 장면 중 하나인데, 박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4년 베트남전 파병을 결정함으로써 두 나라가 한때 ‘불편한 관계’에 놓였던 적이 있어서다.
박 전 대통령은 1966년 한국군 베트남전 증파의 선행조건으로 미국으로부터 차관 제공 약속은 물론 전쟁물자 및 용역의 한국 제공, 한국군 장비 현대화 지원 등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 자립 기반조성에 기여한 베트남전의 이면에는 많은 베트남인들의 희생이 있었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이 때문에 베트남을 국빈방문한 박 대통령이 이번 기회를 통해 선친과 베트남간 ‘과거’에 대해 언급할지가 주목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밤 하노이에 도착한 뒤 공식석상에서 과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향후 20년간을 내다보며 공동번영을 이루자”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베트남 역시 한국과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감안한 듯 민감한 과거사 문제는 언급하지 않는 등 ‘실사구시’적인 태도를 보였다.
실제 베트남 현지사정에 익숙한 외교관들과 교민들의 전언에 따르면 베트남은 그동안 ‘과거사’ 문제에 대해 특별히 문제삼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9일 베트남의 독립과 통일의 선봉장이었던 호찌민 전 주석을 기념하기 위한 호찌민 묘소를 참배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묘소 안에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9년 9월2일 심장병으로 숨진 호찌민의 시신이 방부처리된 상태로 유리관 내에 보관돼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광장 오른편에서 승용차에서 내려 수행원들과 200m 가량을 걸어 묘소로 이동했다. 이어 응웬 티 하이 쮜엔 노동보훈사회부장관과 함께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라고 적힌 리본을 조화에 붙이며 예의를 표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일행과 함께 묘소 안으로 들어가 잠시동안 묵념한 뒤 묘소를 나왔다.
한국 대통령이 호찌민 묘소에 헌화한 것은 지난 1998년 12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4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김 전 대통령의 경우 묘소입구에서 헌화하는데 그쳤지만, 노 전 대통령은 헌화한 뒤 묘소 내부 2층으로 올라가 유리관 속에 안치된 호찌민 시신을 살펴보고 약 10초간 간단히 목례한 적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