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토대 위에서 언제든 北에 관여할 준비”
동북아 순방차 한국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10일 “한미 양국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와 프로그램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하게 믿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 토대 위에서 북한에 언제든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한국을 방문중인 블링큰 부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남영동 주한미국대사관 공보관에서 ‘대사관 청년 포럼’(Embassy Youth Forum)의 일환으로 한국 대학생들과 만나 “북한은 우리가 비핵화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진지하다는 점을 우리에게 보여야 하며 만약 그렇게 되면 내 생각에 (북미)관계도 바뀔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된 이날 간담회에서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우리는 이를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면서 “만약 여기서 진전이 있다면 북한이 우리와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것은 우리가 비핵화를 추구하는데 더 나은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 관한 한 한미 양국 정부는 정확히 같은 접근을 하고 있다”면서 “워싱턴과 서울은 이 문제에 대한 정책 접근에서 완전한 조화가 있다”고 말했다.
블링큰 부장관은 ‘한국이 우크라이나나 이슬람국가(IS) 문제 등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그는 9·11 사태를 거론하면서 “우리는 우릴 보호하는 큰 바다와 대군(大軍)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매우 멀리서부터의 공격에 우리가 면역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소련 해체 후 우크라이나의 핵 포기를 위해 미국과 영국, 러시아가 안전 보장을 약속했다고 지적한 뒤 “러시아가 이 합의를 찢어버리도록 허락한다면 앞으로 누가 그들의 핵무기나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려고 하겠나. 이것은 한국과도 관련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그는 참석 대학생들에게 자신이 언론인, 변호사, 영화업계 등 다양한 이력을 거쳤지만 실패했었다고 소개하면서 “여러 다른 일을 해볼 수 있는 행운이 있다면 이는 훌륭한 일이다.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조언했다.
한편 블링큰 부장관은 전날 오후 조태용 외교부 1차관과 서울 성북동 가구박물관을 찾아 한국 문화를 체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오전에 외교부 청사에서 만났던 두 사람은 만찬을 같이하면서 업무 협의를 했다.
지난 8일 방한한 블링큰 부장관은 2박3일간의 일정을 마친 뒤 이날 오후 다음 방문지인 중국으로 출국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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