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日세계유산에 강제징용 반영’ 사실상 합의

한·일 ‘日세계유산에 강제징용 반영’ 사실상 합의

이석우 기자
입력 2015-06-21 23:58
수정 2015-06-22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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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첫 양국 외교장관 회담

휴일이던 21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은 지난 3년 동안 냉랭하게 얼어붙으면서 악화돼 오던 한·일 관계가 다시 정상화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미다 후미오 외무상은 이날 일본 산업혁명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 관련,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타결하자는 공통인식을 갖고 이 문제를 긴밀히 협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양국은 한·일 정상이 다음날인 22일 도쿄와 서울에서 열리는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교차 참석키로 했음을 발표하는 등 양국 관계의 진일보한 상황을 전했다.

한·일 간의 새로운 갈등으로 떠오른 일본의 세계문화유산 신청과 관련해서 양측이 협의를 약속했다는 대목은 “조선인 강제징용 사실을 알리라”는 한국 측의 요구를 일본 측이 어느 정도 수용해 이 같은 사실을 적은 표지판 설치 등의 절충점을 찾아냈음을 의미한다. 양측이 이달 말부터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문화유산 선정위원회 표결까지 가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은 셈이다.

이날 회담에서 양측은 관심을 끌어온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법에서는 별다른 돌파구를 열지 못했다.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과 일본이 요구하는 ‘사안의 최종 종결 보장’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군위안부 피해 문제에 대해 우리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만 밝혔다.

앞서 지난 20일 유흥수 주일 한국대사는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가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윤 장관은 “(정상회담을 위한) 좋은 여건이 조성돼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성공적인 회담이 되려면 여러 가지 정지작업이 필요하고, 두 나라 관계개선을 가로막는 몇 가지 장애물을 하루 빨리 제거하는 게 좋겠다”고 역시 이 문제가 관건임을 에둘러 전했다.

한편 윤 장관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4년 만에 가진 이날 한·일 외교장관 회담은 양국의 관계 개선과 정상회담을 위한 정지 작업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윤 장관은 기시다 외무상에게 금년에 방한해 달라고 초청했고, 기시다 외무상은 이를 수락함에 따라 서울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게 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일 외교 수장이 6번 만났지만 다자 회의가 아니라 ‘순수’ 한·일 양자 외교장관 회담으로는 양국 현 정부 출범 후 처음이자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5월 당시 김성환 장관이 한·중·일 정상회담 수행차 방문한 이후 4년 만이다. 이날 윤 장관이 이동한 하네다공항과 회담장인 이이쿠라 공관 등에서는 우익 인사들이 확성기로 시위를 벌여 최근 3년간 악화일로를 겪은 한·일관계의 현주소를 체감케 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5-06-2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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