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인사이드] 연평해전, 그날의 기억 ‘222기지’를 가다

[밀리터리 인사이드] 연평해전, 그날의 기억 ‘222기지’를 가다

입력 2015-07-02 10:16
업데이트 2015-07-02 11:3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어민의 수호자 ‘참수리 고속정’ 동행 취재

참수리 고속정은 150t에 불과해 지휘소인 함교가 밖에 나와 있다. 눈보라 치는 겨울에도 비가 오는 여름에도 항상 정장과 부정장은 함교에서 배를 지휘한다. 영화 연평해전에서도 윤영하 대위와 이희완 중위가 밖에서 지휘한다. 또 병기사인 조천형 하사와 서후원 하사는 20mm 발칸포에 들어가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데 저 유리는 방탄유리가 아니다.
참수리 고속정은 150t에 불과해 지휘소인 함교가 밖에 나와 있다. 눈보라 치는 겨울에도 비가 오는 여름에도 항상 정장과 부정장은 함교에서 배를 지휘한다. 영화 연평해전에서도 윤영하 대위와 이희완 중위가 밖에서 지휘한다. 또 병기사인 조천형 하사와 서후원 하사는 20mm 발칸포에 들어가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데 저 유리는 방탄유리가 아니다.


어민의 수호자 ‘참수리 고속정’ 동행 취재

2002년 6월 29일 발생했던 제2 연평해전을 소재로 만든 영화 ‘연평해전’은 스토리부터 훈련모습, 근무상황이나 무기의 특성 등 대부분의 내용에서 철저한 고증이 돋보였다. 특히 영화에서는 ‘해상전진기지’라는 곳이 등장하는데, 실제 기지와 현재도 묵묵히 작전을 수행하는 참수리 고속정의 모습을 지난 1월 1박을 하며 르포취재한 모습을 공개한다.

어둠이 찾아온 222기지에 참수리 고속정 3척이 접안해 있다. 참수리 고속정들은 주로 2척이 하나의 편대를 이뤄 작전을 나가는데, 연평도 어부들이 조업을 나가면 반드시 따라 나간다.
어둠이 찾아온 222기지에 참수리 고속정 3척이 접안해 있다. 참수리 고속정들은 주로 2척이 하나의 편대를 이뤄 작전을 나가는데, 연평도 어부들이 조업을 나가면 반드시 따라 나간다.


연평도는 NLL에서 불과 1.5km 떨어진 곳이고, 주민 대부분이 어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한다. 부지런한 어민들은 어선을 이끌고 새벽 일찍부터 나와 조업을 한다.

참수리고속정에는 샤워시설이 없다. 수병들은 222기지로 와서 저녁을 먹고 샤워도 한다. 샤워 후 개인 목욕통을 들고 자신의 소속 고속정으로 들어가고 있는 수병들의 모습이다. 어두워서 문을 빨리 못 열고 있는 모양이다.
참수리고속정에는 샤워시설이 없다. 수병들은 222기지로 와서 저녁을 먹고 샤워도 한다. 샤워 후 개인 목욕통을 들고 자신의 소속 고속정으로 들어가고 있는 수병들의 모습이다. 어두워서 문을 빨리 못 열고 있는 모양이다.
조업을 하다보면 NLL에 근접 할 수 있고, 북한해군 경비정에게 나포라도 되면 큰일이기 때문에 우리 해군은 연평도 어민을 지키고 NLL을 사수하기 위해 반드시 군함을 보내야 한다.

취침등이 켜진 222기지의 밤. 당직자들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취침등이 켜진 222기지의 밤. 당직자들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연평도는 아주 작은 섬이며, 갯벌이 많아 제대로 된 항구가 없다. 배의 밑바닥이 평평한 여객선이나 작은 어선들은 연평도에 들어 갈 수 있지만, 해군 군함은 특성상 밑바닥이 깊기 때문에 수심이 낮은 연평도에 들어 갈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른 새벽, 어부들의 조업 출항과 때를 맞춰 경비작전을 나가는 참수리 고속정.
이른 새벽, 어부들의 조업 출항과 때를 맞춰 경비작전을 나가는 참수리 고속정.
그래서 해군은 고민 끝에 연평도 인근 해상에 바지선을 띄워놓고 굵은 닻을 사방에 내려서 바지선을 고정시켰다. 여기다 참수리 고속정들을 접안시키는 임시기지를 만들었고, 이름을 ‘222기지’라고 명명했다. 그 임시기지가 영구적 기지가 되고 있는 불행한 상황은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지속될 것이다.

분주한 출항 작업을 마치고 임무 완수를 보고 하는 갑판장.
분주한 출항 작업을 마치고 임무 완수를 보고 하는 갑판장.
과거 매어 놓은 닻이 끊어져 해상전진기지가 조류에 떠밀려 NLL을 넘어 북한 지역까지 밀려 올라갔던 아찔한 경험도 있다. 합참은 비상이 걸렸고, 바지선의 해군들은 북한해군에게 사로잡힐 것을 대비해 서류를 파기하는 등 치밀한 준비까지 했다. 하지만 북한의 경계태세가 워낙 허술해 북한 해군은 우리 해상전진기지가 NLL을 넘어온 것을 몰랐다. 신속하게 고속정 몇척을 한꺼번에 보내 간신히 예인해왔고 ‘기지 나포’라는 초유의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그 정도로 이 222기지는 위험한 곳이다.

바다에는 동료인 해경의 500t급 경비함도 우리 어부들을 지키고 NLL을 사수하기 위해 나와 있다. 우리 해군과 해경은 이렇게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바다에는 동료인 해경의 500t급 경비함도 우리 어부들을 지키고 NLL을 사수하기 위해 나와 있다. 우리 해군과 해경은 이렇게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222기지는 대위가 기지장을 맡고, 참수리 고속정에 대한 지원업무를 한다. 자체 주방과 샤워시설이 없는 참수리고속정 승조원들이 222기지에 가서 식사와 세면을 하고 잠은 고속정으로 돌아와 잔다.

여명의 시간, 불그스름한 해의 기운이 바다에 살짝 드리우는 이 시간에 참수리 고속정 편대는 열심히 자신의 임무수역으로 향하고 있다.
여명의 시간, 불그스름한 해의 기운이 바다에 살짝 드리우는 이 시간에 참수리 고속정 편대는 열심히 자신의 임무수역으로 향하고 있다.
연료보급과 고속정 장교들의 합동 작전회의도 222기지에서 이뤄진다. 1900t에 불과하며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동력이 없는 쇳덩이에 불과한 222기지는 NLL의 파도와 싸우는 참수리 고속정 승조원들에게는 아쉬우나마 안식처가 된다.

이제 해가 뜬다. 그렇지만 일출을 감상할 겨를도 없이 본격적인 임무의 시작이다.
이제 해가 뜬다. 그렇지만 일출을 감상할 겨를도 없이 본격적인 임무의 시작이다.
해군 2함대의 참수리 고속정들은 약 한달 간 이 해상기지에서 파견작전을 한 뒤 함대로 돌아가 약간의 휴식을 취한다. 필자가 본 전 군의 모든 생활실 중에서 가장 최악의 거주여건을 가진 곳은 단연 참수리 고속정이다.

어부들이 새벽조업을 마치고 항구로 들어가면 참수리고속정들도 222기지로 복귀한다. 하지만 편안하게 그냥 가지는 않는다. 영화에서 “총원전투배치”라는 구령에 따라 승조원들이 열심히 달려서 실전에 대비한 무장을 하고 각자의 전투임무 장소에 배치되는 훈련을 자주 하는 것을 보았다. 마찬가지로 이들도 222기지로 복귀하는 동안 반드시 전투배치 훈련을 한다.
어부들이 새벽조업을 마치고 항구로 들어가면 참수리고속정들도 222기지로 복귀한다. 하지만 편안하게 그냥 가지는 않는다. 영화에서 “총원전투배치”라는 구령에 따라 승조원들이 열심히 달려서 실전에 대비한 무장을 하고 각자의 전투임무 장소에 배치되는 훈련을 자주 하는 것을 보았다. 마찬가지로 이들도 222기지로 복귀하는 동안 반드시 전투배치 훈련을 한다.


연평해전 영화 초반에 보면 화장실에서 과자를 먹는 모습이 나오는데, 실제로 보면 이해가 된다. 참수리 고속정은 화장실과 세면대의 칸막이가 없다.

혼전 중에도 옆 동료의 임무를 잘 알 수 있게 방탄헬멧에 자신의 보직을 적어 놓았다. 의무병 헬멧을 쓴 수병과 같은 임무가 연평해전의 주인공 박동혁 상병이다. 저런 여린 젊은이가 몸에 총 3kg에 이르는 100여개의 파편이 박혔지만 동료들을 치료하고, 사격을 한 것이다.
혼전 중에도 옆 동료의 임무를 잘 알 수 있게 방탄헬멧에 자신의 보직을 적어 놓았다. 의무병 헬멧을 쓴 수병과 같은 임무가 연평해전의 주인공 박동혁 상병이다. 저런 여린 젊은이가 몸에 총 3kg에 이르는 100여개의 파편이 박혔지만 동료들을 치료하고, 사격을 한 것이다.
변을 보는 사람이 있어도 씻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서로 양해하면서 한 공간에서 따로 볼일을 봐야 하기 때문에 화장실 문을 잠글 수가 없다.

참수리고속정은 40mm 주포 1문과 20mm 발칸포 2문, 그리고 양쪽에 K-6중기관총을 배치해 놓았다.
참수리고속정은 40mm 주포 1문과 20mm 발칸포 2문, 그리고 양쪽에 K-6중기관총을 배치해 놓았다.
수십명의 승조원이 하나의 변기를 사용하는데, 그 변기 옆은 신발장이다. 변기 바로 옆에 수십개의 신발이 꽂혀 있는 상태를 상상해 보면 그 열악함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북한 헬기나 항공기들의 공격에 대비해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인 미스트랄을 배치해 놓았다. 이 미스트랄 미사일은 제2연평해전 당시인 2002년에는 없었다.
북한 헬기나 항공기들의 공격에 대비해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인 미스트랄을 배치해 놓았다. 이 미스트랄 미사일은 제2연평해전 당시인 2002년에는 없었다.


이런 열악한 참수리 고속정보다 더 열악한 곳이 바로 222기지다. 그나마 참수리 고속정은 한달 작전하면 함대로 돌아가 육상에 있는 생활실에서 지낼 수 있다.

경비작전과 전투배치훈련 등을 마치고 222기지에 도착했다. 비록 작은 쇳덩이 기지이지만 밥도 주고, 물도 주고 샤워도 할 수 있는 장병들의 안식처다.
경비작전과 전투배치훈련 등을 마치고 222기지에 도착했다. 비록 작은 쇳덩이 기지이지만 밥도 주고, 물도 주고 샤워도 할 수 있는 장병들의 안식처다.


하지만 222기지 수병들은 휴가를 가기 전에는 땅을 밟지 못하고, 그 조그마한 쇳덩이 위에서 일렁이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생활해야 한다.

2척이 한개 편대를 이뤄 서로 엄호하며 작전하는 참수리 고속정들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팀웍이 중요하다.
2척이 한개 편대를 이뤄 서로 엄호하며 작전하는 참수리 고속정들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팀웍이 중요하다.
빤히 보이는 곳에 연평도 항구의 알록달록한 불빛이 보이지만, 배를 타지 않고서는 연평항에 갈 수 없다. 그 배는 오직 휴가를 받아야만 탈 수 있으니, 222기지에 근무하는 병사들은 전 군을 통틀어 가장 힘든 여건 속에 복무하는 병사들이라고 생각한다.

동해·서해·남해 등 우리 바다의 최일선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참수리 고속정. 150t의 작은 덩치지만 35노트의 빠른 속도로 달리며 바다를 지킨다. 너무나 작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가 요구되기에 파도가 약간만 치더라도 사진처럼 함교를 집어 삼킬듯한 물보라를 일으킨다. 영화 ‘연평해전’에서도 수병들이 이 물보라 세례를 피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 이유다.
동해·서해·남해 등 우리 바다의 최일선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참수리 고속정. 150t의 작은 덩치지만 35노트의 빠른 속도로 달리며 바다를 지킨다. 너무나 작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가 요구되기에 파도가 약간만 치더라도 사진처럼 함교를 집어 삼킬듯한 물보라를 일으킨다. 영화 ‘연평해전’에서도 수병들이 이 물보라 세례를 피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 이유다.
222기지와 참수리고속정의 해군들은 오늘도 그렇게 우리바다 NLL과 연평도 주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있다.
대청도와 연평도의 바다에서 오늘도 우리 어부들과 NLL을 지키기 위해 최일선에서 작전하고 있는 참수리 고속정들의 노고가 연평해전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알려지게 돼 의미가 깊다. 하지만 ‘이 낡고 조그만 전투함이 신형함으로 교체되기 전에 통일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행복한 상상을 한다.
대청도와 연평도의 바다에서 오늘도 우리 어부들과 NLL을 지키기 위해 최일선에서 작전하고 있는 참수리 고속정들의 노고가 연평해전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알려지게 돼 의미가 깊다. 하지만 ‘이 낡고 조그만 전투함이 신형함으로 교체되기 전에 통일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행복한 상상을 한다.


글·사진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