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평창 동계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평창동계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MPC)를 격려 방문한 자리에서 한 외신기자의 돌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북핵 문제의 당사국인 북·미 간 유의미한 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로 지난 10일 청와대를 찾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공식 방북 요청에 대해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 답했을 때와 다르지 않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라는 두 바퀴가 동시에 굴러갈 때에만 비로소 한반도 안보상황도 실질적 진전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표현처럼 ‘기적같이 찾아온 기회‘를 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서둘러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기보다는 미국과 돌다리를 두드리듯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6·15 남북공동선언 18주년인 오는 6월, 또는 8·15 광복절을 맞아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란 식으로 기대감이 고조되는 데 대해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회담시기가 특정될 경우,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조속한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면서도 “미국과 북한 간에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 이뤄지는 남북 대화가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대화로 이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는 변함없다. 그럼에도 북·미 대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조금씩 확산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조심스러운 판단이다.
실제 북·미 대화의 의제를 설정하기 위한 ‘예비대화’ 내지 ‘탐색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는 여러 경로로 감지된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7일(현지시간) 미 CBS 방송에서 “외교 수장으로서 나의 일은 우리가 (대화) 채널을 열어 놓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 반드시 알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이 우리에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를 귀 기울이고 있다”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올 들어 트럼프 정부 외교안보라인에서 나온 언급 중 가장 진전된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