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中부총리 회동서 밝혀
“대화 분위기 평창 이후 지속돼야”김영철, 정의용 실장과 오찬에서
“美와 대화 門 열려있다” 거듭 밝혀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26일 “미국과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오찬에서 “우리는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여러 차례 밝혔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한 데 이어 거듭 북·미 대화에 전향적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대표단장으로 지난 25일 경의선 육로로 방남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
연합뉴스
연합뉴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어제와 오늘, 북측이 북·미 대화 의사를 밝히면서 전제조건을 얘기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김 부위원장과의 오찬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미·중·일·러 등 한반도 주변 4강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했고,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긴밀한 신뢰 구축을 토대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 온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그런 노력을 평가한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오찬은 북측 숙소인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2시간가량 이어졌다. 남측에서는 남관표 안보실 2차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참석했다. 이 본부장과 천 차관이 참석했다는 점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관계 복원을 위한 후속 조치도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한반도 주변정세, 특히 미·중·일·러 등 4국과의 관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다만 “6자회담 등 다자 틀이 거론된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북한 대표단은 숙소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남측과의 면담 결과를 평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김 부위원장의 카운터파트라고 밝혔던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당국자들과 비공식 협의를 이어갔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천 차관은 이날 오후 5시쯤 워커힐호텔에서 나오는 장면이 취재진에 목격됐다.
문 대통령은 류옌둥 부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최근 북한이 북·미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향을 보이고, 미국도 대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이뤄진 남북 대화의 분위기를 올림픽 이후까지 지속해 나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8-02-27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