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건배 사진도…대내외에 개방적 이미지 홍보
북한의 신문과 방송 등 주요 언론매체들은 1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방북 중인 전 미국프로농구(NBA) 유명선수 데니스 로드먼을 만났다는 소식을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 머리기사에서 김 제1위원장이 부인 리설주를 대동하고 전날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미국의 묘기 농구단 ‘할렘 글로브 트로터스’와 조선체육대학 홰불(횃불)농구팀의 혼합경기를 관람했다고 전했다.
1면에는 김 제1위원장과 로드먼이 관중석에 나란히 앉아 환담하는 사진도 실렸다. 신문은 이어 2면에 김 제1위원장과 로드먼 일행이 전날 북한 올림픽위원회가 마련한 연회에 참석했다는 기사를 사진 2장과 함께 게재했다.
조선중앙TV도 이날 오전부터 김 제1위원장과 로드먼 일행이 농구 경기를 관람하고 연회에 참석했다는 소식을 북한의 유명한 여성 아나운서인 리춘히가 상세하게 전했다.
특히 중앙TV는 연회장에서 김 제1위원장이 로드먼과 포옹하고 건배하는 장면, 김 제1위원장이 ‘할렘 글로브 트로터스’의 선수 유니폼을 선물 받으며 기뻐하는 모습 등 40장이 넘는 관련 사진을 방영했다.
농구 경기가 열린 류경정주영체육관에 관중이 빼곡히 입장한 장면도 화면에 나왔다. 류경정주영체육관은 현대그룹이 2003년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이름을 따서 완공한 건물로 1만2천여석 규모이다.
또 연회장에는 북한의 장신(235cm) 농구선수였던 리명훈으로 보이는 인물이 눈에 띄었고 작년 11월 발족한 북한 국가체육지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성택은 류경정주영체육관과 연회장에 모두 등장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과 대내용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도 김 제1위원장과 로드먼 일행을 만났고 김 제1위원장이 연회에서 북미 간 체육교류 활성화에 기대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가 나온 뒤 북한이 미국을 계속 비난하는 상황에서 북한 매체가 미국 선수들과의 농구 경기를 크게 보도한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물론 북한은 그동안 최고 지도자의 공식활동을 중요하게 보도해왔다. 그러나 코, 아랫입술에 피어싱까지 한 로드먼과 김 제1위원장의 포옹 장면은 북한 주민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번 보도에는 작년 7월 미국 만화영화인 미키마우스 캐릭터와 영화 ‘록키’의 주제가가 등장한 모란봉악단의 공연에 이어 김 제1위원장이 개방적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선전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로드먼의 방북을 통해 김정은은 개방적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대내외에 보여주려는 것 같다”며 “특히 북한 젊은 층에 김정은이 스포츠를 좋아하는 친근한 지도자라고 강조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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