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열병식 김정은도 초청할 듯, 고위급 교류 주목
중국 외교부의 수장이 공개석상에서 ‘북중 정상회담의 문은 열려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던졌다.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간에 마련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서다.
왕 부장은 8일 TV와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양국 지도자가 언제 회동할지에 대해서는 양측의 편리한 시기가 언제인지 봐야 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왕 부장이 공개석상에서 북중 정상회담에 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원칙적인 답변’이라는 해석도 없지 않지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오는 5월 러시아 방문과 무관하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김 제1위원장의 만남이 적절한 시기에 추진될 수 있음을 내비친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연말부터 냉각된 북중 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신호를 발신해 왔다.
중국 외교부는 1월 초 김 제1위원장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발송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북중간 ‘16자 방침’(전통계승·미래지향·선린우호·협조강화)을 공식적으로 복원한 사실을 확인했다.
중국 당국은 작년 말에는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김정일 위원장의 3주기 행사에 류윈산(劉云山) 정치국 상무위원을 파견, 양측의 ‘전통우호 관계’를 강조했었다.
일각에서는 얼어붙은 북중 관계를 복원하는 데 중국은 적극적이지만 북한이 오히려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왕 부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중 관계의 전통적 우호와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부각시켰다.
그는 “중북 관계는 기초가 매우 튼튼하다”, “중국과 북한은 우호적인 이웃국가” 등의 표현으로 중국이 북중 전통 우의를 중시하고 양국관계의 정상적 발전에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북중간 전통우호를 부쩍 강조하고 나선 데에는 김 제1위원장이 중국이 아닌 러시아를 먼저 방문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을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북한 중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북중 정상회담의 형식은 원칙적으로 김 제1위원장의 방중,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북, 러시아 등 제3국에서의 정상회담 등이 모두 가능하다.
다만, 현재로서는 김 위원장의 방중을 통한 성사 가능성이 가장 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중 관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김 제1위원장의 연내 방중 가능성에 대해 “80∼90%에 이른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북중 간에는 지도자의 상호 방문을 위한 실무적인 움직임은 특별히 감지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에서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곧 마무리되고 북한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방역을 위한 격리조치가 해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3월 말 이후 고위급 교류가 전격적으로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중국이 북한 주재 중국대사를 교체한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류훙차이(劉洪才) 주북 중국대사는 이미 귀국했으며 앞으로 대외연락부 부부장급 인사가 곧 부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김 제1위원장이 오는 9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계기로 첫 방중을 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모든 관련국에 초청장을 발송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는 점에서 김 제1위원장도 초청대상자 명단에 포함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
다만, 김 위원장의 방중이 성사될지, 어느 시기가 될지는 북중 양국의 판단과 북핵 문제의 진전 여부 등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