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남북관계 고려한 ‘장례 대화’
지난 8·25 남북고위급 접촉 합의의 주요 당사자이자 북한의 대남업무 총책인 김양건(73) 당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밝혔다. 정부도 즉각 통일부 장관 명의의 조의를 표하는 등 남북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북한 김양건 노동당 비서 사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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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권의 ‘대남·외교 브레인’으로 알려진 김 비서는 2007년 통일전선부 부장을 맡으면서 대남 분야를 담당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강석주 당 국제비서의 부재가 길어지며 사실상 대외 분야까지도 총괄했다. 그는 특히 지난 8월 북한의 지뢰 도발로 촉발된 남북 간 군사적 긴장 국면에서도 대화 분위기를 마련해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그의 사망으로 남북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는 없겠지만, 기존보다는 대남 업무가 다소 서툴고 거칠어질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정부도 이날 발빠르게 움직였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오늘 10시 40분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통일전선부 앞으로 김 비서 사망과 관련해 전통문을 발송했다”며 “지난 8월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에서 함께 의미 있는 합의를 이끌어 낸 김 비서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조의를 표한다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북측 주요 인사의 사망과 관련해 조의를 표명한 것은 2007년 백남순 외무상 사망 때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조의를 표명한 이후 8년 만이다. 정부의 이번 조의 표명은 김 비서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대외·남북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 12일 제1차 차관급 당국회담 결렬 이후 정체 상태인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대화 분위기를 이어 가려는 의도로도 관측된다. 다만 정부 주도의 조문단 파견 등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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