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정
황수정 기자
안녕하세요. 서울신문 황수정 기자입니다.
최신 뉴스
  • 감자꽃이 피면

    감자꽃이 피면

    ‘햇’이라는 접두사가 감자만큼 잘 어울리는 것이 있을까. “햇감자” 하면 입안에 포슬포슬 감자 분이 날린다.무슨 습벽인지 햇감자만 보면 사들이고 본다. 못난이 감자, 잘생긴 감자가 뒷베란다에 봉지봉지. 다 어쩔 셈인지.유월이면 우리집 앞 감자밭에는 흰꽃이 활짝 피었다. 달 있는 초저녁에 할머니는 감자꽃을 꺾어 내
  • 봄나무 아래

    봄나무 아래

    마른 화분에 물을 줄 때 즐거움은 별스럽다. 자식 목구멍에 밥 넘어가는 소리처럼, 갈라진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처럼 흐뭇해진다. 귓바퀴를 감아 마음 저 안쪽 깊숙이 잔무늬들을 파 놓는다.화분 흙이 물을 먹는 낮고 깊은 소리가 말 못하게 좋아서 나는 새벽에 깨어 있다. 발소리 숨소리 한 가닥 들리지 않는 고요를 기
  • 국힘, 차라리 이준석 아래 텐트를 쳐라

    국힘, 차라리 이준석 아래 텐트를 쳐라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자. 기호 2번 김문수 대통령 후보를 상상했던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 적어도 내 주변에는 없다. 중도 언저리에 발을 걸쳤던 사람들은 패닉에 빠졌다. 윤석열이 싫지만 이재명도 불가라던 이들은 마음을 바꿔 먹었다. 대선에 관심을 끄겠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더블스코어도 넘게
  • 두고두고 이 봄길

    두고두고 이 봄길

    세수도 하지 않고 양말도 신지 않고 시골집 대문을 나섰다. 아버지가 모른 척 따라 오셨다. 작정 없이 아침내 들길을 걸었다. 아버지와 언제 이렇게 달팽이처럼 느리게 걸었던가.둑방에 깔린 애기똥풀 노란꽃을 그냥 따 보고, 밑거름 뿌려진 배나무 밭을 발이 빠지면서 건너고, 묵은 빈집이 밭이 된 자리를 돌아 걷고, 노
  • 꿈인지 봄인지

    꿈인지 봄인지

    앞장섰던 강아지가 벤치 앞에서 멈춰 선다. 봄볕 명당을 어떻게 알았을까. 겨우내 그냥 지나치더니 오늘은 기어이 앉아 보자는 거다. 녀석의 손톱만 한 발바닥 아래로 포슬거리는 봄흙.벤치 저 앞 공터 텃밭에 누군가 부지런히 봄을 퍼날랐다. 밑거름을 넣어 팥시루떡 같은 밭이랑을 만들어 놨네.소복한 봄볕 아래 눈이 감긴
  • 이재명 대표가 이재명을 이기는 방법

    이재명 대표가 이재명을 이기는 방법

    이재명 대표의 말 바꾸기가 날마다 논란이다. 그의 성장 우선 실용주의가 어디까지 진심인지보다 더 궁금한 게 있다. 진심 시비가 불거질 때 이 대표는 어떤 마음, 어떤 표정일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이 대표는 별로 난감해하지 않는다. 해명이나 변명을 하지도 않는다. 얼굴이 벌게져서 뒷수습을 하려고 쩔쩔매는 모습을
  • 있어도 없는 듯이

    있어도 없는 듯이

    수십년은 됐을 낡은 찬장이며 가구들을 분리수거장에서 빤히 들여다보고는 한다. 누군가의 한 생애에 붙박이 풍경이었을 것들. 쓸모를 다한 것의 뒷모습은 생명이 있거나 없거나 쓸쓸하다.오래된 물건을 볼 때는 오래전 라디오에서 스쳤던 사연이 잊히지도 않고 떠오른다. 목화밭 집 딸이었던 외할머니, 손수 딴 목화로 시집올
  • 누가 폐족인가, 한동훈인가

    누가 폐족인가, 한동훈인가

    그래도 2년 반이나 대통령이었는데. 어떻게 그런 판단을 했을까. 많은 것이 의문이지만 분명해진 사실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두고두고 야사(野史)의 혼군(昏君)으로 남을 것이다.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아야 하는 계엄령을 왜 평일 밤에 내렸을까. 계엄은 지속 가능했을까. 국방장관은 뭘 위해 다 걸기 도박을 했을까
  • 이재명 대표 ‘민주주의 말살기’ 거의 마지막회

    이재명 대표 ‘민주주의 말살기’ 거의 마지막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았다.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딸에게 보낸 동영상이 유죄 증거로 채택됐다.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였던 김씨는 해외 출장에서 이 대표와 골프를 친 뒤 딸에게 그 동영상을 보냈다. 그는 대장동 의혹에 엮여서
  • 집으로

    집으로

    이즈음 교외로 나가면 버릇처럼 하는 일이 있다. 이름 모르는 마을에 문득 멈춰 골목을 걷는다. 졸다 깬 백구한테 쫓겨나기라도 하면 낭패. 발가락에 힘을 모아 날듯이 걸어야 한다. 대놓고 어슬렁거려서도 안 된다. 내 갈 길 내가 간다는 듯, 그러나 곁눈질을 쉬지 않고.마당이 넘어다 뵈는 낮은 집들이 이마를 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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