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와 생이별…대피소서 악몽같은 밤샘”

“엄마·아빠와 생이별…대피소서 악몽같은 밤샘”

입력 2010-11-27 00:00
수정 2010-11-2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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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격에 멍든 연평도 동심

“왜 북한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랑 학교를 공격해 불태웠는지 모르겠어요. 전쟁으로 번지면 이제 어디로 피해야 하나요.”

인천 연평면 연평중 1학년 방혜정(13)양은 북한의 포격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이렇게 대신했다. 방양은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하지만 당시 소리랑 장면이 생생히 떠올라 잊혀지지 않는다.”며 고개를 숙였다. 연평도가 무차별 포격을 당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어린 학생들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난생 처음 북한의 포격으로 집과 마을이 불타는 장면을 목격한 학생들은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억누르지 못하고 있다. 연평초교 6학년 박은혜(12)양과 유치원생 박은경(7) 자매에게 북한의 포격은 생애 처음이자 가장 끔찍한 공포였다.

23일 오후 피격 당시 속셈학원에서 수업을 받던 은혜양은 포성이 들리자 학원 선생님, 반 친구들과 인근 대피소로 황급히 몸을 피했다. 갖고 있던 휴대전화는 먹통이었다. 밤새도록 엄마 아빠와 연락도 닿지 않아 미칠 듯 애가 탔다.

박양은 “당장 집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너무 무서워서 대피소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면서 “엄마 아빠와 떨어져서 대피소에서 보낸 하룻밤이 악몽이었다.”고 돌이켰다. 박양의 아버지는 다음날 대피소와 방공호를 모두 뒤져 겨우 딸을 찾았다. 하루 동안의 생이별이었다.

폭격 직후 둘째딸 은경양을 데리고 먼저 인천으로 탈출한 어머니 김정리(36)씨는 “첫째딸과 연락이 안 된 하루 동안 ‘이러다 이산가족이 되는 게 아니냐’는 불길한 생각마저 들었다.”면서 “포탄소리에 깜짝 놀란 둘째 아이는 이틀 동안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 했다.”고 말했다. 포탄이 떨어질 당시 운동장에 모여 6교시 체육수업을 받던 연평중 2학년 학생들은 앞산에 포탄이 떨어져 폭발하고 불이 나는 모습을 생생히 지켜봤다. 북한의 두 번째 포격이 이어지면서 학교 유리창이 모조리 깨졌다. 2학년 이가영(14)양은 “교실 창문이 깨지고 불이 꺼진 뒤에 친구들과 대피소로 정신없이 뛰어갔다.”면서 “대피소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고 증언했다. 해경 함정을 타고 인천으로 빠져나온 연평초교 6학년 이강훈(12)군은 “연평도에 하루 더 머무는 동안 너무나 무서웠다.”면서 “앞으로는 ‘쿵쿵’ 울리는 큰 소리만 들어도 그때 들었던 포격소리가 떠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연평도·인천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2010-11-2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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