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뼘상처…빵주니 허겁지겁” 연평도 ‘백구’

“한뼘상처…빵주니 허겁지겁” 연평도 ‘백구’

입력 2010-11-27 00:00
수정 2010-11-2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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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있은지 4일째인 27일 안개가 자욱한 골목을 따라 도착한 연평도 성당은 그날의 흔적이 아직도 완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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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 맞은 연평도 백구  (연평도=연합뉴스) 박지호 황철환 기자 = 27일 오전 연평도 성당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 당시 파편을 맞아 중상을 입은 백구 한 마리가 전투식량을 먹고 있다.
파편 맞은 연평도 백구
(연평도=연합뉴스) 박지호 황철환 기자 = 27일 오전 연평도 성당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 당시 파편을 맞아 중상을 입은 백구 한 마리가 전투식량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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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상’ 연평도 백구 상처소독  (연평도=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북한군이 쏜 포탄에 중상을 입어 네티즌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던 연평도 성당의 백구가 27일 부상 나흘만에 연평도보건지소의 치료를 받고 있다.
‘중상’ 연평도 백구 상처소독
(연평도=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북한군이 쏜 포탄에 중상을 입어 네티즌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던 연평도 성당의 백구가 27일 부상 나흘만에 연평도보건지소의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 연평도 포격 그 이후…남은 것은

 적막한 성당 뜰에는 깨진 유리와 벽돌조각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뜰 한 켠에 세워진 성모상은 마치 울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내려다 보고 있었다.

 벌집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승합차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주인 없는 수녀원 곁 개집 안에서 백구 한 마리가 겁먹은 눈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백구의 오른쪽 눈부터 귀아래를 지나 목까지는 한 뼘이나 되는 상처가 나 있었다.

 포탄 파편을 맞은 걸까.마른 피로 검게 물든 상처는 손가락 두 마디가 들어갈 정도로 푹 패어 있었고,두개골이 깨져나가 허연 뇌수가 드러나 보였다.

 왼쪽 뒷다리도 10㎝ 가량 찢어졌고,겉으로 드러난 근육은 검붉게 말라붙어 있었다.

 그렇게 심한 상처를 입은 걸 아는지 모르는지 백구는 틱 증후군이라도 걸린 양 연신 머리를 퍼덕였고,그때마다 한 점 가죽에 간신히 매달린 귀는 힘없이 퍼덕였다.

 마지막으로 밥을 먹은 게 언제일까 안쓰러운 마음에 가지고 있던 전투식량에서 빵과 소시지를 꺼내주니 게걸스레 먹는다.

 혹시나 싶어 개집 안을 들여다 보니 밥그릇에는 사료가 가득하지만 입을 댄 흔적이 없다.다치고 주인마저 떠나버린 것이 밥을 먹지도 못할 정도로 두려웠던 걸까.

 머리를 만지자 아픔이 심한지 목에 힘이 들어갔지만 그동안 사람의 손길이 그리웠던지 얌전히 대놓고 있다.쓰다듬으려다 생각을 바꿔 목젖을 긁어주자 기쁜지 꼬리를 흔든다.

 사람이 만든 무기에 죄 없이 다치고서도 천진한 눈빛을 맞춰오는 모습에 갑자기 울컥해졌다.

 갖고 있던 식량을 백구에게 전부 주고 일어나 성당 문을 열었다.

 텅빈 성당에 두 줄로 늘어선 의자 건너 십자가 아래에는 신이 여기 존재함을 알리는 붉은 등불이 여전히 켜져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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