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했는데 왜 살처분”…타들어 가는 농심

“백신접종했는데 왜 살처분”…타들어 가는 농심

입력 2011-01-12 00:00
업데이트 2011-01-1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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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하던 소가 백신접종 후 구제역에 걸리는 것을 보면 백신 부작용 때문이란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구제역 때문에 사육하던 한우 176마리를 땅에 묻은 김순용(52.평택축협 이사)씨는 지난 10일 구제역 의심신고 후 한때 살처분을 망설였다.

 지난 4일 백신접종을 한터라 ‘설마’한데다 애지중지하며 키워 온 소를 하루아침에 모두 살처분할 수 없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백신접종 5일이 경과한 지난 9일 오전 백신접종을 마친 두 마리의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데다 침까지 흘려 손으로 소의 입술을 만져보니 허물이 벗겨지는 등 구제역 증상을 보였다.

 다른 농가의 피해를 우려하던 김씨는 결국 지난 10일 방역당국의 살처분 조치에 따랐다.

 “백신을 접종한 후 구제역이 발생한 이천의 축산농가와 증상이 동일했다”는 김씨는 “구제역에 감염된 소가 암컷인데다,모두 면역이 약한 축에서 발생한 것으로 미루어 백신에 의한 부작용으로 결론지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백신접종 후 구제역 발생농가는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발생 초기에 돼지농가에 집중되던 구제역은 소 사육농가로 번지고 있는 추세다.

 평택시는 지난 3∼6일 관내 축산농가의 어미돼지와 소에 대한 백신접종을 모두 완료했지만,9∼10일 3개 한우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285마리를 살처분했다.

 평택시 축산과 이주호 방역팀장은 “백신접종 후 항체형성 기간(3∼7일)이 지나도 구제역이 발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안성지역에서도 접종을 마친 23개 농가에서 지난 8∼11일 잇달아 구제역 의심축이 신고됐다.지난 8일까지만 해도 평균 2∼3건에 머물던 것이 10일에는 9개 농가,11일 7개 농가가 추가 신고했다.

 현재까지 30개 농가의 소와 돼지 4만1천여 마리를 살처분한 이천지역 역시 5만1천400마리의 모돈과 종돈은 물론,소에 대한 접종을 완료했지만 하루 평균 5∼9건의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11일 안성시청에서 맹형규 행안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구제역 현장대책회의’에서 자치단체장들은 “백신접종 후에도 구제역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맹 장관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농장에 있는 상태에서 백신접종을 해도 발병 가능성은 있지만,접종 후 7∼10일 지나면 백신의 효력이 나타난다”며 “연천과 파주의 경우 백신접종 후 (구제역 의심신고가) 잠시 늘어나다 소강사태에 있다”고 일시적인 현상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백신을 접종하고 나면 살처분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농민들은 접종 이후에도 계속 살처분이 이뤄지자 안타까움과 함께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0일 한우 347마리를 살처분한 안성시 일죽면 화곡리의 한 축산농가는 “백신 접종도 연례적으로 발생하는 구제역을 막을 수 없다면 축산업을 접어야 할 형편”이라며 “검역이나 방역당국에서 조차 백신접종에 따른 부작용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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