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홀몸노인 등 소외계층 찾아 이발봉사 10년

노숙인·홀몸노인 등 소외계층 찾아 이발봉사 10년

입력 2011-03-29 00:00
업데이트 2011-03-29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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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80여명 ‘다듬이 봉사대’

지난 27일 오후 7시 50분 서울 영등포역 앞 작은 광장. 남루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속속 몰려들었다. 이들은 서울역과 을지로, 월곡역 등 서울 곳곳에 흩어져 지내던 노숙인들. 매주 일요일 저녁이면 이곳에서 개설되는 ‘길거리 미용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이 미용실은 ‘다듬이 봉사대’가 무료로 운영한다. ‘다듬이’라는 말은 ‘(머리를) 다듬는다’라는 뜻이다. 봉사대는 노숙인, 장애인, 독거노인 등 스스로 머리를 깎기 어려운 소외 계층만을 찾아다니며 이발 봉사를 하고 있다. 2001년 3월 10일 생겨나 올해로 딱 10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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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월드컵지구대 소속 천팔용 경위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앞 광장에서 가위로 한 노숙인의 머리를 깎아주고 있다.
서울 월드컵지구대 소속 천팔용 경위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앞 광장에서 가위로 한 노숙인의 머리를 깎아주고 있다.


도구라고는 손님용 의자 4개에 가위 4개로 단출하다. 하지만 이날 약속된 개점 시간 10분을 앞두고 이미 30여명의 노숙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만큼 인기 미용실이다. 노숙인들은 ‘가위질’ 앞에선 질서정연한 모습이었다.

“쩔꺽쩔꺽” 오후 8시 ‘따뜻한 가위 소리’가 시작됐다. 꽃샘추위에 얼음장같이 찬 바람을 달래는 듯했다. 이날 하루 4명의 봉사대원이 1시간 30분 동안 노숙인 100여명의 머리를 다듬었다.

봉사대 조현의(54·여)씨는 “노숙인들 가운데 1년 넘도록 머리를 깎지 않은 사람도 있다. 머릿속에 각종 균·부스럼·상처가 있어서 위생을 위해서라도 머리를 꼭 깎아 드려야 한다.”며 활짝 웃었다. “이곳에서 머리 손질을 한지 두 번째”라는 노숙인 박모(39)씨는 “월곡역에서 지내는데 한두 달에 한번은 꼭 이곳으로 와서 머리를 깎는다.”면서 “우리 같은 노숙인들이 어디 가서 머리를 깎겠냐.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함께 가위질을 하던 봉사대 회장인 서울 마포경찰서 월드컵지구대 소속 천팔용(52) 경위는 “10년이나 소외받는 분들을 도울 수 있어 내가 더 기쁘다.”면서 “봉사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내가 행복해지고 건강해지고 가족들과 잘살게 된 것 같아서 봉사를 멈출 수 없다.”고 미소를 지었다. 또 “10년 뒤에는 작은 복지센터라도 운영하면서 더 열심히 봉사하며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천 경위는 80년대 이발병으로 군 복무를 하면서 배운 이발 기술로 2001년 3월부터 서울 홍제동 개미마을에서 독거노인들을 위해 이발봉사를 시작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봉사대를 만들어 현재 회원 80여명이 월 10회 이상 무료급식소·복지관 등에서 이발봉사를 하고 있다.

글 사진 김양진·최두희기자 ky029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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