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 게이트 이후 11년만의 최대 위기”

“정현준 게이트 이후 11년만의 최대 위기”

입력 2011-05-04 00:00
업데이트 2011-05-04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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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적에 자살까지’ 금감원 표정



저축은행 부실 및 도덕적 해이 사태로 책임론에 휩싸인 금융감독원이 끊이지 않는 악재에 망연자실 상태에 빠졌다. 저축은행 비리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며 금감원 전·현직 직원들의 연루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정현준 게이트’와 연관돼 당시 국장이 자살한 뒤 11년 만의 최대 위기라는 게 금감원의 반응이다.

3일 검찰에 따르면 보해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광주지검은 금감원 부국장 출신인 KB자산운용 감사 이모씨에 대해 뇌물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씨가 저축은행 검사 때 횡령을 적발해 내는 등 피검기관으로부터 우수 검사역으로 추천돼 2005년 포상까지 받았던 터라 더욱 허탈하다는 분위기다. 이에 앞서 광주지검은 금감원 부국장 검사역(2급) 정모씨를 역시 뇌물 혐의로 구속하기도 했다. 정씨의 경우 이번 저축은행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파견된 직원이라 충격을 줬다.

금감원 전·현직 직원에 대한 사법 처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3일 대검찰청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그룹 수사 과정에서 적발한 개인 비리 혐의로 금감원 부산지원 수석조사역(3급) 최모씨를 구속했다. 또 서울남부지검은 부실상장기업 유상증자 과정에 도움을 건네는 대가로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금감원 선임조사역(4급) 황모씨와 전 금감원 직원 조모·김모씨를 구속기소하기도 했다.

금감원의 한 선임조사역은 “권혁세 원장 부임 뒤 파격적인 인사와 조직 쇄신으로 새롭게 도약하려는 마당에 악재들이 끊이지 않아 힘이 빠진다.”면서 “요즘 일할 맛이 안 난다고 이야기하는 동료들이 많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금감원 직원들이 걱정하는 것은 사법처리 사태가 언제 끝날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며 금감원 직원들의 비리가 고구마 줄기처럼 이어져 나오고 있는 탓이다.

게다가 이날 부산지원 수석조사역 김모씨가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금감원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김씨의 업무가 기획·홍보 담당으로 저축은행과 관련이 없지만 사건 발생 시점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와 관련해 불법대출 과정에 가담한 금감원 간부 출신 감사에 대해서 수사를 벌이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김씨의 자살이 저축은행 사건과 관계가 없어도 앞으로 검찰 수사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11-05-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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