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총장 사퇴… “합의파기 책임지겠다”

김준규 총장 사퇴… “합의파기 책임지겠다”

입력 2011-07-04 00:00
업데이트 2011-07-0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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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검찰총장이 4일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가 파기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김 총장은 공식 사의를 표명하면서 검찰 수장으로서 수사권 조정 합의를 일방적으로 깨뜨린 경찰·정부·국회 등 관련 기관의 책임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며 불만을 드러내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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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떠나는 김준규 검찰총장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 문제로 사퇴 의사를 밝힌 김준규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찰청 떠나는 김준규 검찰총장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 문제로 사퇴 의사를 밝힌 김준규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총장은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 8층 회의실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기 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는 대통령령이냐 법무부령이냐의 문제라기보다 사태의 핵심은 ‘합의의 파기’에 있다”며 “합의가 파기되면 어긴 쪽에 책임이 있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검찰총장인 저라도 책임을 지는 수밖에 없다”고 사퇴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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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뜻 굳힌 김준규 검찰총장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 문제로 사퇴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진 김준규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사퇴 뜻 굳힌 김준규 검찰총장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 문제로 사퇴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진 김준규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 총장은 직접 준비한 ‘사퇴의 변’을 통해 “결과적으로 이행되지 않은데 대한 책임이라도 지겠다”며 “합의가 깨어지면 얼마나 큰 결과가 초래되는지 알아야 한다. 국민들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법을 집행하는 국가기관의 합의라면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수사권 합의는 검찰이 큰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지켜지지 못할 합의라면 처음부터 해서도 안되고, 합의에 이르도록 조정해도 안 됐고, 그럴 합의라면 요청했어도 안된다”며 불만도 숨기지 않았다.

김 총장은 하지만 후배 검사들에게는 “크게 양보한 합의마저 파기된 현실이 원망스럽겠지만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국회의 의결은 존중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총장은 또 “모든 책임은 검찰총장 한 사람으로 충분하다”며 “퇴임 전 검찰총장의 마지막 권한행사로 여러분의 사직서와 사퇴의사를 모두 반려한다. 본연의 업무에 전념해 달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29~30일 사의를 표명한 홍만표 대검 기조부장을 비롯해 대검 참모진과 일부 지방 검사들에게 사의를 거두라고 당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총장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퇴하게 돼 후배들에게 민망스럽고 대통령이 해외출장 중인 상태에서 부득이 이런 발표를 하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더 이상 때를 놓칠 수는 없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총장은 “현재 대검 중수부를 비롯해 전국에서 진행 중인 저축은행 관련 비리수사를 철저히 해 주시기 바란다”며 “끝까지 수사하고 끝장을 봐주길 바란다”고 이례적으로 당부했다.

김 총장은 오는 8월19일까지인 임기를 불과 46일 남겨놓고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취임한 16명의 검찰총장 중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하는 10번째 총장으로 남게 됐다.

김 총장은 이날 회의가 끝나면 곧바로 휴가를 내고 청사를 떠난 뒤 더 이상 출근하지 않고 퇴임식은 해외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귀국한 이후 사표가 수리되면 가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법률상 직무대행자인 박용석 대검 차장검사가 차기 검찰총장이 내정될 때까지 검찰총장의 직무를 대신하게 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놓고 극한 대립을 거듭해온 검찰과 경찰은 진통 끝에 지난달 20일 극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달 28일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사항을 법무부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수정한 여야 절충안을 의결하자 대검 지도부가 집단 사의를 표명하고 지방의 일부 검사들이 동참하는 등 검찰의 집단반발 움직임이 확산됐다.

김 총장은 서울에서 열린 유엔 세계검찰총장회의를 주최국 의장으로 주재하느라 거취 표명을 미뤘고, 지난달 30일 수정된 합의안이 압도적인 지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4일 거취 표명을 하겠다고 밝혀 자진 사퇴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었다.

김 총장은 이후 청와대의 사의 반려와 검찰 내부의 만류로 막판까지 거취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 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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