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충격으로 선원들 즉사 가능성 커
15일 인천 해역에서 발생한 유류운반선 두라3호(4천191t급) 폭발사고는 순식간에 대규모 인명피해를 낳았다.사고는 이날 오전 8시5분께 인천시 옹진군 자월도 북쪽 5.5km 해역에서 발생했다.
해경 구조선이 신고를 받고 불과 30여 분만인 오전 8시39분 해역에 도착했지만 선원 16명 중 이미 5명이 숨지고 6명은 실종된 상태였다.
이날 인명피해가 컸던 것은 선원 11명이 유류탱크에서 유류 잔량 제거 작업을 벌이다 폭발 충격을 직접적으로 입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침몰 사고라면 배가 침몰하기 직전 구명보트를 내리거나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들어 구조를 요청할 수 있겠지만, 이날 사고는 폭발에 의한 사고여서 선원들이 무방비 상태로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 당시 충격은 길이가 105m에 이르는 두라3호의 선체를 두동강 낼 정도로 엄청났다. 갑판 위 철골 구조물이 엿가락처럼 휘었고 폭발 지점에서 20m 떨어진 조타실의 창문도 박살이 날 정도의 충격이었다.
사망자 5명 중 2명의 시신이 신원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점도 당시 폭발력의 강도를 짐작케 한다.
이 때문에 해경은 폭발 영향권에서 떨어진 선미 부분에서 선원 5명을 구조했지만 유류 잔량 제거작업에 투입됐던 선원들은 구조하지 못했다. 생존 선원들도 사고 직후 폭발로 선체가 두동강이 나는 바람에 곧바로 구조작업을 벌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라3호의 안상원 선장은 “폭발과 함께 선체가 두동강 나듯 갈라져 탱크 쪽 선수 부분으로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상황을 파악하며 구조작업에 나서려던 참에 해경 경비정이 도착해 수색ㆍ구조작업을 시작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유류운반업계 종사자들은 유류 탱크 내 유증기가 폭발을 유발했다면 폭발력이 선체를 파괴할 만큼의 강도에 이를 정도로 엄청나다고 말한다.
두라3호에서 1년간 선장으로 일했던 임모씨는 “유류 잔량 제거작업이 부두가 아닌 해상에서 이뤄지는 것은 엄청난 폭발력 때문”이라며 “만에 하나 송유관과 연결된 부두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한다면 피해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잔량 제거작업은 늘 해상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에는 습도가 낮아 정전기 발생 확률이 더 높다”며 “폭발사고를 막기 위해 선원들의 작업복은 정전기를 막을 수 있는 특수 소재로 제작되고 플라스틱이나 나일론 등 정전기를 유발할 수 있는 물품은 탱크 내에서 일체 소지할 수 없도록 돼 있는데 왜 이런 사고가 났는지 안타깝기만 할 뿐”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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