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檢연루설… 특검 차단 포석
한상대 검찰총장
한 총장의 결단은 검찰을 향한 안팎의 압력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예견된 수순이었다. 실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장진수 전 주무관의 잇단 폭로를 통해 당시 청와대와 총리실, 그리고 검찰까지 가세한 조직적인 증거 인멸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마당에 검찰 내부에서조차 무작정 재수사를 미룰 수 없다는 의견이 대두돼 왔다. 증거 인멸 입막음 명목으로 2000만원을 건네받았다는 장 전 주무관의 증언과 증거 인멸을 지시한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의 녹취록 등 연일 새로운 의혹들이 공개되면서 검찰을 향한 압박은 더욱 거세져만 갔다. “미적거리다간 검찰이 죽는다.”는 내부의 불만 목소리도 커졌다.
정치권에서 특별검사제를 도입해 수사했을 때의 파장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수사의 허점, 그리고 증거 인멸 과정에 검찰이 연루된 사실이 특검을 통해 드러난다면 조직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내부적으로 상당했다는 것이다.
한 총장이 ▲2010년 증거 인멸 수사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부장관을 수사하거나 ▲검찰 치부가 드러날 수도 있음에도 재수사를 결단한 것은 이처럼 검찰이 처한 상황이 급박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재수사를 난관 타개의 계기로 삼은 것으로도 해석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을 팀장으로 형사부와 특수부 검사 3명으로 별도의 수사팀을 꾸렸지만 총장 직할인 대검 중앙수사부에 수사지휘를 맡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총장이 이번 수사를 직접 챙기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재수사가 큰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한 총장에게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검찰이나 한 총장으로서는 또 다른 ‘승부수’인 셈이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2012-03-17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