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폭언했다고 말한 적 없다” 입다문 목격자

“검사가 폭언했다고 말한 적 없다” 입다문 목격자

입력 2012-03-22 00:00
업데이트 2012-03-2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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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고소사건’ 다시 미궁속으로

경남 밀양경찰서 정재욱(30·지능범죄수사팀장) 경위가 지휘 검사였던 박대범(38·현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를 모욕·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 사건의 진실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진술할 수 있는 유일한 목격자 박모(60)씨가 입을 닫았다. 박씨는 지난 1월 20일 밀양지청 검사실에서 발생한 박 검사의 폭언 및 욕설 의혹을 현장에서 지켜본 제3자로 의혹 해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다.

4·11 총선에 출마할 예정인 박씨는 21일 경남 밀양시 내이동 선거사무소에서 “송사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면서 “총선 준비로 정신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이어 “(박 검사가 폭언과 욕설을 했다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 “일부 언론이 임의로 지어내 부풀려 썼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찰은 박씨가 조사에 응하지 않자 박씨의 지인들로부터 “박씨가 ‘박 검사가 정 경위에게 10여분간 폭언과 욕설을 쏟아냈다’고 털어놓았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후 박 검사의 폭언 사실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박씨의 이날 발언은 일단 가급적 검경 싸움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관측되고 있다. 검경처럼 고성이 오고 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폭언과 욕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때문에 사건의 실체 규명에 대한 무게추가 경찰 측에서 검찰 측으로 옮겨 가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은 박씨에 대한 공식 진술을 받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석에서 전해진 말을 마치 진실처럼 부풀려 박 검사를 ‘폭언 검사’로 낙인찍은 뒤 언론 플레이를 했다.”며 경찰을 겨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경찰 측은 “정 경위는 고소장 내용처럼 한 치의 거짓도 없다.”고 밝혔다. 박씨는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으라는) 전화가 수차례 오는데 캠프 측에서 이와 관련한 발언도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일단 총선 끝나고”라고 말했다. 총선 이후에나 경찰에 나름의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경찰만 초조하다. 관련자들의 수사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탓이다. 또 박 검사 사무실에 폐쇄회로(CC)TV가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경찰은 지난 1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정 경위를 상대로 박 검사로부터 욕설과 폭언을 들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까지 실시한 결과 “거짓 반응이 나타나지 않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거짓말 탐지기 조사가 법적으로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정 경위의 말이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밀양 이영준·서울 김동현기자 apple@seoul.co.kr

2012-03-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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