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이 전 비서관은 이날 오전 9시50분께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검찰청사에 들어선 뒤 취재진을 위해 잠시 포토라인에 멈춰 사진촬영에 응했다. 네이비 계열 양복과 빨간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이 전 비서관은 이날 시종 차분한 모습을 유지했다. 호통 치듯 결백을 주장한 이전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를 놓고 지난 20일 기자회견 당시 고압적인 태도가 청와대 내부에서도 논란을 일으킨 것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또 노조위원장 출신인 이 전 비서관이 다른 고위공직자와는 달리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출하는 성격이지만 주변의 ‘코치’를 받고 이날은 흥분 대신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 전 비서관은 취재진의 잇따른 질문에는 불성실하게 임했다. 어떤 질문에도 오로지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는 같은 대답만 반복했다. 간혹 민감한 질문에는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얼굴 표정은 애써 분노를 삭히는 것처럼 보였다. 취재진이 ‘청와대가 사찰을 지시했나’, ‘자료삭제의 몸통이라고 했는데 이를 지시한 ‘머리’는 누구냐’, ‘민간인 사찰보고를 받은 이유와 몇 건이나 보고받았나’, ‘(죄가 없다면)검찰이 왜 자택을 압수수색했겠느냐’는 등의 질문을 할 땐 정면으로 쏘아보며 잠시 기(氣)싸움을 벌였다.
이 전 비서관과 동행한 변호인이 보다 못해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야 한다”며 중재아닌 중재에 나설 정도로 분위기는 냉랭했다.
이 전 비서관은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잠시 뜸을 들인 뒤 서둘러 조사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검찰은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나 다른 소환자와는 달리 이 전 비서관이 청사 10층에 도착하자 미리 마중나온 수사팀 관계자를 통해 조사실로 안내하고 예우했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을 상대로 사찰자료 증거인멸을 지시한 배경과 증거인멸 함구 대가로 금품을 건넨 사실, 청와대의 사찰개입 여부 등에 대해 추궁할 방침이다. 이 전 비서관은 이날 자정 전후까지 강도높은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