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 “가짜편지, 지인이 시키는 대로 작성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중희)는 3일 ‘BBK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가짜 편지를 작성한 신명(51·치과의사)씨를 피고소인 신분으로 소환했다.신씨는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서초동 서울검찰청사에 도착한 뒤 “검찰에 조사받으러 왔지만 오늘 제출한 자료는 없다”며 “편지는 (지인이)시키는 대로 작성한 것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성실하게 조사를 받고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될 것 같으면 받겠다”며 “정쟁에 휘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신씨를 상대로 김경준(46·천안교도소 수감)씨와 홍준표(58) 전 새누리당 대표의 고소·고발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씨는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와 여권의 사주를 받고 귀국한 것으로 오인할 만한 내용의 가짜 편지를 신명·경화씨 형제가 작성한 점을 문제 삼고 지난해 12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홍 전 대표 측은 가짜 편지의 입수 경위와 진실을 밝히라는 신씨의 주장을 총선을 앞둔 악의적 흑색선전으로 평가절하하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지난달 고발했다.
이에 검찰은 가짜 편지의 작성 경위와 배후 등에 대한 확인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추궁할 방침이다.
앞서 신씨는 가짜편지 작성 배후로 홍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상득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 이명박 대통령 측근을 지목하며, 이들이 가짜편지에 개입한 증거물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씨는 “편지의 원본을 누가 만들었나, 어디서 입수했는지 두 가지만 명확하게 밝혀진다면 어떤 처벌도 받겠다”며 검찰 조사에 협조할 의사를 나타냈다.
’가짜 편지’는 2007년 11월 김씨가 입국한 후 당시 한나라당이 청와대와 여당(대통합민주신당)을 상대로 BBK 의혹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증거로 제시한 것으로, 김씨의 미국 수감 동료인 신경화씨가 김씨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편지에는 “자네가 ‘큰 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으며, 당시 ‘큰집’이 청와대를 의미한 것으로 해석돼 김씨가 여권의 요청으로 입국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검찰 수사결과 이 편지의 실제 작성자는 경화씨가 아닌 신명씨로 밝혀졌고, 신명씨는 이 사실을 시인하면서 가짜 편지 배후에 이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이 관여한 의혹을 제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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