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논문조작 의혹’ 약대교수도 구두경고만 했다

서울대 ‘논문조작 의혹’ 약대교수도 구두경고만 했다

입력 2012-06-02 00:00
수정 2012-06-02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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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건 교수 3개 논문서 사진 중복사용…강수경 교수 논문 실린 ARS저널 발표

강수경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논문조작 의혹이 학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약대가 지난해 논문조작 의혹이 제기된 김상건 교수<서울신문 2011년 12월 10일 10면>에게 구두경고만 내린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서울대가 강 교수의 2010년 논문조작 사건을 경고로 무마한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없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김 교수 사건을 소홀하게 다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 등 학계에서는 서울대가 김 교수 사건을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진호 서울대 약대 학장은 1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김 교수와 제1저자인 김영우 박사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조사했다.”면서 “조작이 아닌 단순 실수로 판단해 내가 구두경고를 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지난해 9월 영국의 한 대학교수가 국제저널 ‘산화환원신호전달’(ARS)에 “김 교수의 3월 논문이 김 교수가 이전에 발표한 두 편의 논문에 사용된 데이터를 중복 사용했다.”고 밝히면서 조작 의혹을 받았다. 의혹이 제기된 두 논문은 모두 김 교수가 교신저자, 김영우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 김 교수는 저널 측에 “논문 작성 과정에서 많은 사진 중에 한 장이 섞여 들어간 것”이라고 해명하고 논문을 자진철회했다. 당시 김 교수는 저널측에 게재한 해명메일에서 “김영우 박사의 실수로 일어난 일로 본인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어쨌든 교신저자인 내 책임을 느낀다.” 밝혔다. 그러나 논문 및 표절감시 사이트 ‘리트렉션 와치’는 두 차례에 걸쳐 김 교수 사건을 전하면서 “학생의 실수로 돌리는데, 학생에게 연구윤리를 가르치는 것은 누구의 몫이냐.”고 비꼬기도 했다.

정 학장은 “경위서를 받고 검토했는데 실험을 하고 논문을 많이 내다보면 간혹 있는 수 있는 수준의 실수로 최종 판단했다.”면서 “김 교수가 저널과 주고받은 메일이나 일부 데이터, 판단 근거 등은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식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연 것은 아니고, 약대 차원이지만 보직교수와 해당 전공 교수들이 세심하게 살펴봤다.”면서 “물론 연구 윤리 차원에서 살펴보면 실수도 교신저자인 김 교수의 분명한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정 학장은 “ARS측이 김 교수가 데이터를 수정하겠다고 밝혔지만, 해당 데이터의 중요도를 감안해 철회를 유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다른 연구자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기준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유감”이라며 “강 교수건과는 별개인 분명한 실수이고 정상적으로 처리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문제가 다시 불거져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브릭 등 생물학계에서는 김 교수 사건을 심각한 연구부정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브릭에서 활동하는 한 미국 대학 교수는 “실수라고 볼 수 없고, 서울대가 정식으로 조사하지 않는 것 자체가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의 다른 관계자도 “사진 중복사용이 단순 실수이고, 데이터에 문제가 없다면 수정 절차를 밟는 것이 상식”이라며 “연구부정도 아닌데 교수가 논문을 자진철회하는 사례가 흔치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가 있을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 서울대 졸업생은 “서울대가 앞장서 김 교수 사건을 조사해 연구부정을 뿌리 뽑아야 한다.”면서 “강 교수와 김 교수에게 최고 수준의 징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2012-06-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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