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 “조직범죄 지시 묵인한 상급자 중책”
“너무 재촉한다. 로봇처럼 명령받고, 아기가 아파도 경선인단을 모집했다. 동구에 살기 싫다.”광주 동구에서 이뤄진 불법 조직선거에 연루된 피고인들을 심판하는 법정에서 재판장이 소개한 한 여성의 한탄이다.
광주지법 형사 6부 문유석 부장판사는 27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주선 의원, 유태명 동구청장 등에 대한 1심 선고에 앞서 조직선거에 동원된 여성이 검찰조서 끝에 자필로 적은 진술을 읽어 나갔다.
화장품을 팔며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구속까지 경험한 이 여성은 “출신이 낮으면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 거짓으로 삶을 살았다. 다시는 이런 조직에 들지 않겠다”며 후회했다.
문 부장판사는 만연한 불법선거 풍토에 경종을 울리려고 작심한 듯 양형 사유도 설명했다.
문 부장판사는 “이 사건으로 전직 동장이 투신자살하고 동네 통장 등 여러 평범한 사람이 옥고를 치렀다”며 “피고인들은 민주주의의 축제가 돼야할 선거를 피, 눈물, 돈으로 얼룩지게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비단 광주가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 이뤄졌더라도 이런 일은 엄벌해야 한다”며 “조직적 범죄의 성격상 실행은 하급자가 하고 상급자는 최소한의 지시나 묵인만 하더라도 이익은 상급자에게 가는 만큼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경선인단 모집 과정에서 이뤄진 조직선거의 가장 윗선으로 지목된 박주선 의원에 대해 이례적으로 검찰 구형(징역 1년)보다 높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박 의원의 당선을 위해 자신의 조직을 동원한 유태명 동구청장은 검찰 구형(징역 2년)과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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