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권 사각지대’ 열악한 출판계…직원 5명 회사에 ‘사장 = 왕’
지난 4월 중순 서울의 한 유명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취업했던 A(26·여)씨는 입사 한 달 만에 해고 통지를 받았다. 출판사 측은 별다른 설명도 없이 “사정이 달라졌으니 나가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관행에 따라 계약서는 쓰지 않는다.”는 회사 말만 믿었던 A씨는 항의 한마디 못 하고 그만둬야 했다. A씨는 “출판계가 좁아 신분이 밝혀지면 다른 일도 못 할 수 있다.”며 하소연조차 제대로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탓했다.
최근 출판계의 열악한 근로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출판계 근로자들이 자주 찾는 한 웹사이트에는 A씨와 비슷한 사연을 담은 글이 매달 70~80건씩 올라오고 있다.
B(34)씨는 2년 전 사회과학 분야의 유명 출판사에 취직했다가 “술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사장이 “사우나에 다녀오지 않으면 해고하겠다.”는 식으로 으름장을 놓다 3개월 만에 B씨를 해고했다.”면서 “직원이 5명밖에 안 되는 회사라 사장이 왕처럼 군림했다.”고 주장했다.
출판계는 소규모 사업장이 대세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1 콘텐츠산업 통계’에 따르면 전체 출판업계 종사자가 2005년 9만 3902명에서 2010년 15만 3901명으로 64% 늘어나는 동안 1~4인 사업장 종사자는 9400명에서 2만 7522명으로 193%, 5~9인 사업장 종사자는 5374명에서 2만 7380명으로 무려 409%나 증가했다.
4인 이하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의 일부만 적용되는 문제가 있다. 강변구 출판노동자협의회 대표는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우리끼리 왜 이래’라는 식으로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일이 많다.”면서 “출판 노조 등을 통해 조금씩이라도 권리를 찾아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