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여아 성폭행…‘안방 드나들듯’ 드나들어

나주 여아 성폭행…‘안방 드나들듯’ 드나들어

입력 2012-08-31 00:00
업데이트 2012-08-3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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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부모와 함께 있어도 불안” 주민들 한탄

길거리에서, 집 밖에서 범행 기회를 엿보던 성폭력범이 이제는 말 그대로 ‘안방 드나들 듯’ 거리낌없이 남의 집에 들어와 곤히 잠든 어린아이를 이불째 납치, 성폭행을 가했다.

집에서 부모와 잠을 자던 중 괴한에게 납치당해 가족들에게도 평생 씻을 수 없는 생채기를 남겨놓았다.

31일 전남 나주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새벽 나주시 영산동의 한 변두리 주택에서 잠을 자던 A(7)양이 30일 새벽 2, 3시께부터 아침 7시 30분 사이에 괴한에 납치돼 성폭행을 당했다.

이 괴한은 열려진 현관문을 통해 거실까지 들어와 가족들과 자고 있는 A양을 이불에 덮인 채 그대로 안고 나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이 파열되는 등 중상을 입은 A양은 집에서 직선거리로 100m가량 떨어진 길가에서 이불에 둘러싸인 채 발견됐다. 조금만 걸어가면 집에 돌아갈 수 있었으나 30일 오후 1시 경찰에 발견될 때까지 그저 이불을 둘러쓴 채 가만히 있었다. A양이 느꼈을 충격과 불안감은 어른들도 헤아리기 힘들 정도였을 것이다.

대장이 파열되는 등 중상을 입은 A양은 현재 나주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광주의 대학병원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A양은 경찰이 운영하는 원스톱지원센터에서 정신적인 치료도 함께 받을 예정이다.

경찰은 이날 낮 브리핑에서 피해자의 어머니와 잘 알고 지내는 이웃 남성(25)을 용의자로 지목해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B씨는 29일 밤늦게 A양의 집 인근 PC방에서 A양의 어머니와 만나 “아이들은 잘 있느냐”고 안부를 묻기도 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종전 사례처럼 ‘잘 아는 이웃’이 저지른 범행일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경찰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옛 나주역에서 불심 검문 중 달아나는 중국인 B씨를 붙잡아 성폭행 여부도 조사했으나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08년 12월 경기 안산에서 발생한 ‘조두순 사건’보다 더 충격적이다. 당시 조두순은 학교에 가던 C(8)양을 납치해 온몸을 구타하고 목을 졸라 실신시키고 성폭행했다.

C양은 결국 장기훼손과 탈장 증세로 대수술을 받았지만, 조두순은 만취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12년형을 확정받고 청송교도소에 수감중이다.

부모와 함께 잠들어 있던 어린이를 이불째 들고 나와 수욕을 채운 이번 건은 부모와 함께 집안에 있어도 불안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고 충격적이다.

주민 김주연(34·여)씨는 “딸만 둘을 키우고 있는데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몸서리가 쳐진다”며 “정부는 마음 놓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경찰청을 방문해 “국민께 심심한 위로를 표하고 가족에게도 위로를 보낸다”면서 “정부를 대신해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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