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생존자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성폭력을 당한 사람 중에 안 죽고 살아 있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죽고 싶다는 게 성폭행을 당했을 때의 심리이기도 하니까….” 성폭력 피해자 A(20)씨는 ‘성폭력 생존자’라는 표현에 담긴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의미를 한참 뒤에야 알았다고 한다. 성폭력을 당한 사람은 피해자일까, 생존자일까. 성폭력 피해자를 법의 보호를 받는 수동적 대상이 아닌 권리를 가진 능동적 주체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여성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언론 등에서는 일반적으로 ‘성폭력 피해자’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만 성폭력 상담소나 여성단체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성폭력 생존자’, ‘성폭력 경험자’ 등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피해자라는 용어가 지닌 수동적이고 나약한 이미지 때문이다.
백미순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성폭력 피해자라고 하면 보통 깊은 상처로 인해 우울하고 대인관계가 어려울 뿐 아니라 일상생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그 감정들을 마주하고 스스로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과 용기, 지혜를 가지고 있다.”며 “피해자라는 용어는 이러한 생존자들의 힘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폭행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며 성폭력 피해자의 능동성만을 강조하는 게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뜻에서 피해자나 생존자라는 표현 대신 ‘성폭력 경험자’라는 가치중립적 용어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의견도 있다.
백 소장은 이와 관련, “성폭력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법절차를 보면, 범죄로부터 국민인 자신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 국가가 해당 사건을 판단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과정에서 정작 당사자인 자신은 소외되는 측면이 강하다.”며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백미순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성폭력 피해자라고 하면 보통 깊은 상처로 인해 우울하고 대인관계가 어려울 뿐 아니라 일상생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그 감정들을 마주하고 스스로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과 용기, 지혜를 가지고 있다.”며 “피해자라는 용어는 이러한 생존자들의 힘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폭행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며 성폭력 피해자의 능동성만을 강조하는 게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뜻에서 피해자나 생존자라는 표현 대신 ‘성폭력 경험자’라는 가치중립적 용어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의견도 있다.
백 소장은 이와 관련, “성폭력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법절차를 보면, 범죄로부터 국민인 자신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 국가가 해당 사건을 판단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과정에서 정작 당사자인 자신은 소외되는 측면이 강하다.”며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2012-09-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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