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기재 학교 징계, 강압적인 상황 고려할 것”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생부 기재 보류 결정으로 교육과학기술부와 맞서고 있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합리적 대안이 나오면 학교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1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생부 기재를 보류했을 뿐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육감은 ‘합리적 대안’으로 이미 국가인권위원회가 교과부에 제안한 학교폭력 기재 내용의 중간삭제 또는 졸업 전 삭제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 때 문제를 일으켰다면 자기 반성과 성찰을 통해 변화하는지,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하는지에 따라 기재된 내용을 중간에 삭제하는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훈령으로 돼 있는 교과부의 학교폭력 대책은 다급하게 만들어져 많은 허점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김 교육감은 어떤 방식으로 어느 선과 어느 기한까지 학교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할 것인가에 진지한 검토를 요구했다.

이런 검토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이 나올 때까지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를 유보하거나 중단하자는 것이 자신의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육감은 도교육청의 ‘기재 보류’ 방침에도 불구하고 교과부의 지침에 따라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한 일부 학교의 처리문제에 대해 “일부 학교장이 교과부의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타율적으로 기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가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징계 등을 거론하며 기재를 강요, 학교장들이 어쩔 수 없이 기재했다고 판단해 해당 학교에 별도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김 교육감은 “지방교육자치단체장도 법령에 따라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교과부가 학교폭력 기재와 관련해 일선 학교에 별도의 강압적인 조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도교육청은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록해야 할 3학년 학생이 있는 도내 고교가 97개교이며, 이 가운데 64개교는 학교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했고 33개교는 기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밖에 김 교육감은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학교폭력예방대책법 개정 등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한 대안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육감은 학교폭력 기재 보류 방침 결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교과부의 특정감사에 반발,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퇴근 없이 청사에서 360여시간째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