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기요금 산정은 국가 재량권” 첫 인정

법원 “전기요금 산정은 국가 재량권” 첫 인정

입력 2012-10-06 00:00
수정 2012-10-0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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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소액주주 “전기료 못 올리게 해 손해” 국가 상대 7兆 소송서 패소

전기 요금의 공적(公的) 성격과 정부의 요금 산정 재량권을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왔다. 한국전력공사 소액 주주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7조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부장 서창원)는 5일 최모씨 등 한전 소액 주주 28명이 “전기 요금을 생산 원가 이하의 낮은 가격으로 통제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7조 2028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같은 취지로 한전 소액 주주 14명이 김쌍수 전 한전 사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원고 패소했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전기사업에 대한 한전의 독점적 지위에 앞서 공공성과 공익성을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전기 요금 인가 기준이 지식경제부 장관의 자유 재량에 속함을 명시해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요금 산정에 개입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지식경제부는 물가 등을 고려한 정책적 판단을 기초로 전기 요금을 산정할 수 있다.”면서 “지식경제부가 전기 요금 인상률을 산정해 한전에 통보한 것은 소관업무에 해당하는 적법한 행정지도”라고 밝혔다. 이어 “김쌍수 전 사장은 공공기관 대표자로서 한전의 이익뿐 아니라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할 임무가 있다.”며 김 전 사장이 임무를 해태했다는 원고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경부는 이에 대해 “이번 판결은 전기 요금 제한권이 전기산업 인가권자인 지경부 장관(정부)에게 있음을 인정한 결과”라면서 “전력사업이 공공성과 공익성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만큼 요금을 정할 때 지경부 장관이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야 할 정당성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으로서는 전기 요금 문제를 둘러싼 법적 책임을 덜었지만 경영상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한전의 부채 비율을 100% 아래로 내리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김중겸 사장의 경영 목표 달성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전기요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탄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판결은 한전 외 다른 공공기관의 요금 산정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 대변인인 정태원 변호사는 “공공 요금을 놓고 공익성과 사적 이익을 비교 형량했을 때 공익이 우선시됨을 확인시켜 준 판결”이라면서 “상수도 요금, 지하철 요금 등 일반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공공요금에 대해서도 향후 같은 원리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2012-10-0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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