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청사 투신60대男,교과부에 불 알고보니…

정부청사 투신60대男,교과부에 불 알고보니…

입력 2012-10-15 00:00
업데이트 2012-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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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지점장 출신 과대망상 60대

우울증을 앓는 60대 남성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사무실에 불을 지른 뒤 스스로 뛰어내려 숨졌다. 가정 불화가 부른 극단적인 선택으로 보이지만 왜 정부청사를 택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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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통과   1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게이트를 방화범 김모(점선)씨가 가짜 신분증을 들고 앞사람 뒤에 바짝 붙어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사 통과

1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게이트를 방화범 김모(점선)씨가 가짜 신분증을 들고 앞사람 뒤에 바짝 붙어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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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탄 내부   김씨는 청사를 20여분간 활보하다가 생수병에 담아 온 인화물질로 18층 교육과학기술부 사무실을 불태웠다.  연합뉴스
불탄 내부

김씨는 청사를 20여분간 활보하다가 생수병에 담아 온 인화물질로 18층 교육과학기술부 사무실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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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 자살   김씨가 창문 밖으로 뛰어내린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가 감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투신 자살

김씨가 창문 밖으로 뛰어내린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가 감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요일인 14일 오후 1시 35분 김모(61)씨가 정부서울청사 18층 교육과학기술부 1807호 교육정보기획과 사무실에 불을 지른 뒤 창문으로 뛰어내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불은 사무실 책상과 프린터, 전화기 등을 태운 뒤 6분 만에 진화됐다. 현장에 있던 교과부 직원은 “사무실 문을 연 상태에서 업무를 보던 중 갑자기 소리가 나서 쳐다보니 한 남자가 불을 내고 창문으로 뛰어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서 “그는 손짓과 함께 대피하라고 소리친 뒤 뛰어내렸다.”고 전했다. 당시 사무실에는 여직원 두 명이 근무하고 있었고 화재는 두 사람이 복도에 비치된 소화기로 진화했다.

김씨는 오후 1시 15분쯤 정장 차림으로 검은색 배낭을 메고 청사 출입증과 비슷한 형태의 가짜 신분증을 제시한 뒤 청사에 들어왔다. 배낭 안에는 휘발성 물질이 담긴 페인트통과 휴대전화, 신경정신과에서 처방한 신경안정제·수면제 약 봉투 등이 들어 있었다. 이후 그는 청사 각 층을 20여분간 활보하며 다니다 불이 켜져 있고 문이 열린 18층 사무실에 들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대형 시중은행에 입행해 수도권의 모 지점에서 지점장까지 지냈으나 IMF 외환 위기 여파로 회사가 합병되는 과정에서 2001년 명예퇴직했다. 명퇴 뒤 대형운전면허를 따서 레미콘 기사로 2년간 일하기도 했다.

김씨는 블로그에 “꼭두새벽에 출근해 밤늦게까지 공사장 먼지를 뒤집어쓰며 일했지만 차량 정비 비용과 대학생 딸의 용돈을 주고 나면 생활비조차 빠듯했다.”면서 “아내와의 오해로 집안 갈등이 심했다.”고 적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2008년부터 아내와 별거해 쪽방에서 혼자 살았고 ‘평소 자신이 공무원 출신이라는 망상을 보이는 등 우울증과 과대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지인들이 밝혔다.”면서 “문제의 신분증이 어떤 것인지는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김씨의 정확한 신원과 투신 경위, 화재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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